[말레이시아 여객기 실종] “실종機 흔적 감감”… 중국 위성시스템 무용지물

입력 2014-03-13 01:32


말레이시아 여객기 실종 사건을 계기로 중국의 무기력한 베이더우(北斗) 위성위치확인시스템이 도마에 올랐다. 이 시스템이 사고 발생 뒤 전혀 기능을 하지 못한 무용지물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무엇보다도 사고기가 지난 8일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를 떠나 중국 베이징으로 향하고 있던 당시 이 여객기를 관측하던 중국 인공위성은 하나도 없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중국은 말레이시아 당국이 여객기 실종을 공식 발표한 뒤에도 수시간 지나서야 겨우 베이더우 시스템 가동에 들어갈 수 있을 만큼 허점을 보였다.

중국은 그동안 베이더우를 미국의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 러시아의 글로나스(GLONASS)에 이어 세계 세 번째로 자체 개발한 위성항법시스템이라고 자랑해 왔으나 이로 인해 자존심에 커다란 상처를 입게 됐다. 사고 해역으로 추정된 남중국해 부근에서는 현재 10개국이 파견한 함정과 항공기 등 각종 군사장비가 각축을 벌이는 상황이어서 이러한 문제점은 더욱 부각됐다.

중국과학원 내 위성촬영 전문가인 츠톈허(池天河) 박사는 12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와의 인터뷰에서 “이번 사건을 계기로 중국 위성의 실시간 감시 능력을 크게 강화하는 게 불가피해졌다”고 지적했다.

츠 박사는 사고 발생 뒤 한동안 위성을 제대로 운용조차 하지 못했던 것은 관련 인력이 빈약한 데다 위성운용 관련 분야 간 업무조정 능력도 떨어지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중국은 광범위한 지역을 24시간 관측할 수 있는 충분한 위성을 보유하고 있는데도 이러한 상황을 발생시켰다는 것은 참으로 유감”이라고 말했다.

그는 베이더우 시스템의 정밀도에 대해 “사고기 잔해를 수색하는 데 충분하다”면서 구체적인 언급을 하지 않았으나 일반적으로 오차범위 1m 이내로 알려져 있다. 일부 미국과 캐나다 위성은 0.5m 크기의 물체까지 찾아낸다.

중국 관영 언론들도 베이더우 시스템이 뒤늦게 가동에 들어간 사실을 보도했다. 이번에 동원된 위성은 하이양(海洋) 펑윈(風雲) 가오펀(高分) 야오간(遙感) 4개 모델이다. 중국 과학자들은 그동안 베이더우 시스템 관련 여러 가지 문제점을 지적했으나 고쳐지지 않아 좌절감을 느껴야 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여객기가 공중 폭발돼 기체에 장착됐던 GPS와 조난항공기위치송신기(ELT)마저 해체됐다면 위성추적을 통해서도 사고기 잔해를 찾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미국 콜로라도주에 있는 ‘디지털글로브’는 11일(현지시간) 사고기의 흔적 추적 웹사이트(www.tomnod.com)를 개설한 지 이틀 만에 60만명이 몰려 사이트가 다운됐다고 밝혔다.

디지털글로브는 전날 이 사이트에 사고기가 사라졌을 것으로 추정되는 남중국해와 태국만 인근 해역 위성사진을 올렸다. 크라우드소싱(crowdsourcing·대중의 지식과 정보를 모아 새로운 사실을 밝혀내는 방식)을 통해 네티즌의 참여를 독려함으로써 사고기 흔적을 찾겠다는 노력의 하나다.

베이징=정원교 특파원 wkch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