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치패럴림픽] 4강 좌절됐지만… 당신들의 땀, 금보다 빛났습니다

입력 2014-03-13 02:34

[절망 딛고 선 아름다운 도전] 아이스슬레지하키·휠체어컬링팀

마음 놓고 훈련할 시간과 장소는 물론 선수도, 실업팀도 모두 턱없이 부족하다. 이런 불모지에서 소치 동계 패럴림픽(장애인올림픽)에 출전한 태극전사들은 도전 자체가 아름답고, 그들의 불굴의 투지에 저절로 고개가 숙여진다. 이들이 더욱 높이 날 수 있으려면 말이 아니라 실질적인 지원이 시급하다.

◇아이스슬레지하키 실업팀 고작 1개=한국 아이스슬레지하키(썰매하키) 대표팀은 B조 최하위에 그쳐 4강 진출에 실패했다. 선수들은 실망감에 빠졌지만 이들이 보여준 열정은 금메달 못지않게 빛났다.

소치패럴림픽 한국 기수로 나선 공격수 정승환(28)은 1m67에 53㎏으로 작은 체구지만 외모가 준수해 대표팀의 ‘얼짱’으로 통한다. 5세 때 사고로 오른쪽 다리를 잃은 정승환은 18세 때인 2004년 아이스슬레지하키에 입문했다. 2년 만에 대표팀 공격수 자리를 꿰찬 그는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스피드와 기술로 상대 수비수를 제압하는 에이스로 우뚝 섰다.

수비수 한민수(44)는 한국 아이스슬레지하키의 산증인에서 해결사로 거듭났다. 러시아와의 예선 1차전에서 한국이 0-2로 패색이 짙은 순간에 만회골을 넣어 분위기를 일거에 뒤집었고, 승부 샷(연장전 승부치기)에서 결승골을 터뜨렸다. 30세에 왼쪽 다리를 잃은 후천적 장애인인 그는 국내 최초 아이스슬레지하키 클럽인 연세 이글스의 2000년 창단 멤버이기도 하다.

한민수는 “젊은 선수가 없다는 게 정말 아쉽다”며 “환경이 더 좋아져야 그나마 젊은 선수가 생길 것 같다”고 말했다. 소치패럴림픽 한국 대표팀의 평균 나이는 37세. 한국 선수들은 경험과 정신력으로 싸웠다.

아이스슬레지하키는 국내 실업팀이 단 1개(강원도청)뿐이다. 패럴림픽 엔트리 17명의 선수 중 11명이 강원도청 소속이고 나머지 6명은 클럽팀 소속이다. 정승환은 “선수층이 얇아 부상 선수를 대체할 선수도 없다. 더 많은 실업팀이 창단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전용 경기장 없어 ‘추위와의 싸움’=한국 휠체어컬링 대표팀도 소치장애인올림픽 4강 진출에 실패했지만 그들의 도전은 아름다웠다. 한국은 12일 풀리그 7차전에서 캐나다에 4대 10으로 패했다. 앞으로 세 경기가 남았지만 이미 2승5패로 10개국 중 9위에 머물러 준결승 진출은 어려워졌다.

휠체어컬링 대표팀은 4년 전 밴쿠버에서 열린 장애인동계올림픽에서 금메달보다 빛나는 은메달을 획득했다. 그것도 비장애인과 장애인을 통틀어 동계올림픽에서 처음 나온 단체전 메달이었다.

이번 소치장애인올림픽에는 리드 강미숙(46·원주연세드림), 세컨드 서순석(43), 서드 김명진(43), 스킵 김종판(46·이상 롤링스톤) 윤희경(47)이 ‘메달사냥’ 바통을 이어받았다. 2003년 휠체어컬링을 시작한 김명진은 대표팀에서 컬링 경력이 가장 길다. 그는 1993년 교통사고로 하반신 마비가 됐다. 인생을 포기하고 싶을 때도 있었지만 2005년 휠체어컬링을 시작하며 새 삶을 찾았다. 강미숙은 2010년 밴쿠버장애인동계올림픽에 출전해 컬링의 불모지인 대한민국이 미국 노르웨이 등 컬링 강국들을 줄줄이 물리치는 기적을 일궈냈다.

이들은 전용 연습장이 없어 빙상장을 빌려 연습했고, 강팀을 이기기 위해 강도 높은 훈련을 소화해 냈다. 휠체어컬링은 휠체어에 앉아 스톤을 굴러야 한다. 국내 선수들은 보온이 잘 되지 않는 훈련장에서 추위를 견뎌가며 훈련하고 있다.

윤중식 김태현 기자 yunj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