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시대 소리꾼 ‘배뱅잇굿’ 이은관 옹 별세

입력 2014-03-13 02:32

중요무형문화재 제29호 서도소리 배뱅잇굿 예능보유자 이은관(李殷官)옹이 12일 서울 중구 난계로 자택에서 노환으로 별세했다. 향년 97세.

배뱅잇굿은 서도 지방을 대표하는 놀이로 소리꾼이 장구 반주에 맞춘 배뱅이 얘기를 서도의 기본 창법에 민요와 무가(舞歌), 재담(才談) 등을 섞어 해학적으로 엮은 1인 창극이다.

1917년 북한 강원도 이천에서 태어난 고인은 1936년 황해도 황주에서 이인수 선생에게서 서도소리와 배뱅잇굿을 사사하면서 소리 인생을 시작했다. 이후 고 최경식 선생 문하에서도 소리 공부를 계속해 경기민요와 시조를 사사했다.

조선가무단에서 음악활동을 시작한 고인은 1930∼40년경에는 당대 최고 만담가 신불출과 함께 종로 극장가를 주름잡았다. 1957년에는 양주남 감독이 연출한 영화 ‘배뱅이굿’에 조미령과 더불어 건달 박수 역으로 출연하기도 했다. 이 영화를 계기로 레코드를 냈으며, 6만여장이나 팔렸다. 평생 소리꾼으로 살았던 그는 소리극 ‘도미아내’ ‘정선애화’ ‘배비장전’ ‘이춘풍전’을 만들기도 했다.

평소 자신이 서도소리를 정립한 것만은 알아주길 바랐던 고인은 1984년 중요무형문화재 제29호 서도소리 예능보유자로 지정됐다. 이어 국악 대중화와 배뱅잇굿 등 서도소리 발전에 이바지한 공로로 1990년 대한민국 보관문화훈장, 1995년 한국국악협회 국악대상, 2002년 방일영국악상을 받았다. 고인은 한국국악협회 이사, 이은관민속예술학원 원장을 지냈다.

유족으로 1남4녀가 있다. 빈소는 한양대학교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됐고 발인은 14일 오전 9시(02-2290-9442).

이광형 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