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한 쿡기자] 운석 신드롬에 발굴단까지 등장… 일확천금 노리는 세태 반영 씁쓸

입력 2014-03-13 02:32


[친절한 쿡기자] “우리 집 앞에도 떨어져라. 작은 거라도 좋으니….”

인터넷이 ‘운석 신드롬’으로 들썩이고 있습니다. 경기도 수원에서 유성이 목격되고 경남 진주에서 기이한 돌멩이가 발견되면서 네티즌들의 시선이 운석으로 모아진 겁니다. 작은 조각 하나라도 천문학적인 가격이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운석을 찾아 나서는 사람들까지 등장했습니다. ‘운석 창조경제’라는 말도 나왔습니다.

진주는 인터넷에서 미국 서부개척시대의 ‘골드러시’를 방불케 하는 행운의 땅으로 부상했습니다. 12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는 “행운을 찾아 진주로 떠나자” “운석발굴단을 모집한다” “나는 이미 가고 있다” “운석의 기운으로 로또를 사러 가겠다”는 글로 가득합니다.

“우주에서 방향을 조금만 틀어 진주가 아닌 우리 동네로 떨어졌어야 했다”거나 “작은 조각도 좋으니 우리 집 앞에 떨어졌으면 좋겠다”는 글도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습니다. 그럴 만도 합니다. 한 곳에서 두 개의 운석 추정물체가 발견됐다는 소식에 귀가 솔깃할 수밖에 없습니다.

지난 10일 단목리의 파프리카 농장 비닐하우스와 지난 11일 오방리의 콩밭에서 발견된 두 개의 돌멩이는 지금 인천 송도국제도시에 있는 한국해양과학기술원 부설 극지연구소로 옮겨졌습니다. 여기에서 진짜 운석인지가 가려집니다. 육안으로는 모두 운석일 가능성이 높다고 합니다. 단목리에서 발견된 돌멩이의 경우 가능성이 90%라는 극지연구소 측의 견해까지 나왔습니다.

가격은 상상을 초월합니다. 희소성을 가진 운석은 1g당 10만원의 가치를 가진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두 개의 돌멩이가 모두 희소성을 가진 운석으로 확인될 경우 각각 50억원 안팎으로 추정된다고 합니다. 운석의 소유권은 땅의 주인과 관계없이 발견자에게 있다고 합니다. 말 그대로 먼저 보고 빨리 줍는 사람이 임자입니다.

인터넷에서는 일확천금을 노리고 운석을 찾아 나선 사람들도 하나둘씩 나오고 있습니다. 한 산악인 커뮤니티에서는 아웃도어 장비로 무장한 자신의 사진을 올리고 운석 발굴에 나섰다고 선언한 네티즌이 주목을 끌었습니다. 실제로 이들이 발걸음을 옮겼는지는 알 수 없지만 인구 35만명의 소도시 진주로 시선이 쏠린 것만큼은 확실해 보입니다. 이쯤 되니 ‘운석 창조경제’라는 농담도 마냥 허무하게 들리진 않습니다.

운석을 바라보는 시각은 한 가지가 아닙니다. 세기말적 징조로 여기는 염세론부터 신무기 실험을 유성이나 암석으로 위장했다는 음모론까지 다양한 말이 인터넷을 타고 쏟아지고 있습니다. 가장 주목을 끄는 건 지난달 27일 종영한 SBS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 마니아들의 반응입니다. 이들은 돌멩이에 극중 외계인인 도민준(김수현 분)의 이름을 붙여 ‘도민준 운석’이라고 부르고 있더군요. 도민준을 데리러 온 우주선에서 떨어져 나왔다는 우스갯소리도 나왔습니다. 먹고살기는 좀처럼 나아지지 않고, 정치는 시끄러운데 그나마 슬며시 웃음을 짓게 하는 ‘운석 소동’입니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