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사하라사막 좀 다녀오겠습니다… 사막마라톤 완주 강신규씨
입력 2014-03-13 03:15
“전무님, 저 잠시 사하라 사막 좀 다녀올게요. 다녀와서 더욱 재밌게 일하겠습니다.”
SK C&C 금융운영팀의 4년차 사원 강신규(33)씨는 지난달 13일 이기열 전략사업부문장(전무)에게 이메일을 보냈다. 같은 달 16일부터 6박7일간 열리는 사하라 사막 마라톤에 휴가를 내고 참가하기 위해서다. 남극 마라톤, 중국 고비 사막 마라톤, 칠레 아타카마 고원 마라톤과 함께 ‘4대 죽음의 마라톤’으로 불리는 대회다. 고난도 코스여서 자칫 부상할 수 있어 미리 상사의 허가를 구해야 했다. 전무의 ‘OK’ 사인이 떨어지자 강씨는 이튿날 요르단행 비행기에 몸을 싣고 ‘특별한’ 휴가를 떠났다.
마라톤 첫날 그를 맞은 건 사막의 비였다. 40㎞를 걷고 간이천막 아래 누웠는데 비가 뚝뚝 떨어졌다. 사막을 파서 구덩이를 만든 뒤 빨간 천막을 두른 화장실에서는 용변도 제대로 보기 힘들었다. 무리한 탓에 무릎 뒤쪽 인대는 첫날부터 아파왔다.
정규 마라톤도 한번 뛰어보지 못한 그가 사막에서 ‘선수’들을 따라잡기는 불가능했다. 결국 둘째 날 제일 뒤로 처져 ‘꼴찌’ 뒤에 비상용으로 배치한 낙타와 함께 걸었다. 강씨는 12일 “제일 뒤에서 헉헉대고 걸으면서 처음으로 이번 휴가를 후회했다”며 웃었다.
걷는 시간이 많으리라 생각해 챙겨갔던 성경암송카드도 무용지물이었다. 강씨는 “둘째 날 성경암송카드 40장을 버렸다. 아무런 생각이 들지 않았다. 달려야 한다는 생각뿐이었다”고 말했다. 결국 강씨는 66시간35분 만에 참가자 186명 중 166등으로 완주했다.
강씨는 이 마라톤을 위해 연차 12일 중 7일을 투자했다. 참가비도 모두 자비로 부담했다. 순수 참가비 400만원에 식량과 약품 값, 항공요금까지 더해 약 600만원을 썼다. 그는 “휴양지에 놀러가는 것보다 돈도 많이 드는데 왜 사서 고생을 하느냐고 묻는 이가 많았지만, 막상 다녀오니 회사에 나처럼 이상한 휴가를 기획하는 사람들이 생겨났다”고 말했다.
사서 고생하는 강씨의 유별난 휴가는 2012년부터 시작됐다. 시작은 네팔 안나푸르나 등반이었다. 21세 현지인 포터(짐꾼)와 함께한 닷새는 그의 인생을 바꿔놨다. 그는 “한 달에 100달러를 버는 포터가 자기는 누구보다 행복하다며 웃더라. 그 해맑은 눈을 보면서 진정한 행복이 어떤 것인지 고민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후 국제봉사단체와 함께 아프리카 봉사활동을 다녀오는 등 매년 휴가마다 사서 고생을 하고 있다. 강씨는 “일상적인 것에서 벗어나 나와 다른 삶을 경험하면 행복에 대한 기준이 바뀌고 삶의 활력소가 된다”고 말했다.
김유나 기자 spri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