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암덩어리 같은 규제 대수술로 도려내야
입력 2014-03-13 01:41
우리나라의 각종 규제가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 새로운 규제가 만들어지는 반면 기존 규제가 좀처럼 폐지되지 않기 때문이다. 11일 대한상공회의소와 규제정보포털에 따르면 연도별 등록규제 수는 2009년 1만2905건에서 지난해 말 현재 1만5269건으로 4년 새 2364건 증가했다. 2009년부터 해마다 규제 총량이 2.6∼5.7% 늘어났다. 하루에 1.6건꼴로 증가한 셈이다.
모든 규제가 불필요한 것은 아니다. 환경, 국민건강, 경제민주화를 위해 현실적으로 규제가 필요한 분야도 있다. 하지만 효력을 상실한 규제, 규제를 위한 규제, 공무원과 기득권 세력에게 권력과 권한을 부여하는 규제들이 주변에 널려 있다. 최소한 한두 건의 규제는 갖고 있어야 기업이나 국민 위에 군림하고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는 인식도 공무원 사회에 퍼져 있다.
중앙정부뿐 아니라 지방정부, 국회의원들도 앞다퉈 규제 양산에 일조하고 있다. 지난해 우리나라 규제완화도는 세계 114위로, 국력과 경제 규모가 우리보다 훨씬 적은 태국(75위) 필리핀(108위)보다 낮은 편이다. 각종 규제는 기업의 투자를 저해하기 때문에 경제성장과 일자리 창출에 심각한 걸림돌로 작용하기 십상이다.
이런 규제를 보는 박근혜 대통령의 의지는 단호하다. “꿈까지 꿀 정도로 규제개혁을 생각하고 있다” “규제개혁이라 쓰고 일자리 창출이라 읽는다”고 했던 박 대통령이 10일 청와대 수석비서관회의에서 사실상 규제와의 전쟁을 선포했다. 박 대통령은 “우리 경제가 혁신을 해서 성장이 멈추지 않게 하려면 쓸데없는 규제는 우리의 원수라고 생각해 적극적으로 들어내는 데 온 힘을 기울여야 한다”며 “규제를 제거하지 않으면 우리 몸이 죽는 암덩어리로 생각을 해서 겉핥기식이 아니라 확확 들어내는 데에 모든 역량을 집중했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박 대통령이 평소 어투와 다르게 강경한 단어를 채택한 것은 더 이상 규제개혁을 미룰 수 없는 과제로 인식했기 때문일 것이다. 박 대통령은 오는 17일 열리는 규제개혁장관회의를 국무총리 대신 직접 주재할 계획이라고 한다. 이번에야말로 시늉만 하지 말고 비합리적인 규제를 모두 혁파해야 마땅하다. 정부에 강력한 의지만 있다면 규제를 줄이는 것이 그렇게 어려운 일은 아니다. 1998년 1만185건에 달하던 등록규제를 이듬해 대대적인 양적 규제 철폐를 단행해 7128건으로 줄인 전례가 있다.
정부는 모든 규제를 테이블 위에 올려놓고 면밀히 점검해 불필요한 규제를 과감하게 도려내야 한다. 공무원에게만 맡기지 말고 전문가와 기업들의 조언도 들을 필요가 있다. 박 대통령은 규제개혁에 나서지 않는 장·차관과 공무원들을 조직에서 배제한다는 각오로 ‘암덩어리’를 제거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