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양동훈] 임금체계 개편이 어렵다면
입력 2014-03-13 01:35
고령자 고용 촉진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 지난해 4월 국회 본회의를 통과해 2016년 1월 1일부터 300인 이상 사업장의 정년 연령이 60세로 의무화됐다. 그러나 기업들은 얼마나 준비가 되어 있는가?
기업들의 사정이 매우 다급한 것은 근속에 따라 임금이 올라가는 현행 임금체계 때문이다. 정년이 연장되면 장기근속자의 높은 임금이 당장 인건비 예산을 증가시킬 것이다. 기업이 이러한 부담을 흡수할 수 있느냐 여부는 차치하더라도 인건비 상승은 신규 채용을 위축시킬 수 있고, 권고사직이나 희망퇴직의 형태로 고용 불안정을 초래할 위험성도 다분하다. 국회가 법을 통과시키면서 임금체계 개선을 권고한 사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정년 연장을 계기로 기업들은 지금까지의 임금체계를 어떤 형태로든 바꾸려 노력할 것이다. 신년 초부터 임금체계 개선 토론회가 곳곳에서 열리고, 큰 강당을 가득 메운 인사 담당자들을 보노라면 임금체계 개편이 기업의 시급한 과제임을 알 수 있다. 현재 국내 평균 정년 연령은 대기업의 경우 57.8세, 중소기업은 58.1세다. 근속에 따라 임금이 증가해 피크 임금이 되는 연령은 평균 54세 전후다.
통계에 의하면 이때부터 명예퇴직자가 증가하고 고용 불안정이 높아지는 시기이기도 하다. 관련 통계들을 보면 우리나라 근로자는 54세 전후로 고용이 불안정해지는데 이는 피크 임금이 되면서 임금이 과다해지는 현상 때문이 아닐까 싶다.
임금체계를 한번에 바꾸기는 힘들다. 민감한 사안이고 구성원들 설득이 필요하다. 예컨대 임금체계를 직무급으로 바꾸자는 제안들이 있지만 근속에 따라 상승하는 임금을 직무의 난이도에 따라 바꿀 경우 내부 반발이 거셀 것이다. 그래서 임금체계 개편은 과도기적인 단계를 거쳐 점차 확대해 나갈 수밖에 없다.
최근 대기업들이 임금피크제를 도입한 것을 놓고 단기적 처방에 불과하다는 비판이 있다. 일리가 없는 것은 아니다. 기업이 임금체계를 개편하는 데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는 실정이라 우선 임금피크제라도 도입한 것으로 봐야 하기 때문이다. 임금피크제를 통해 57세 전후로 임금을 하락시키면 현재의 정년 연령이 60세로 증가하더라도 인건비 부담을 그만큼 줄일 수 있다는 계산이다.
하지만 국내 기업의 임금피크제는 일본의 사례와 달리 효과가 예상보다 크지 않을 수도 있다. 임금피크제는 기존의 근속 임금체계에 큰 변화를 주지 않은 채 임금 구간의 일부만을 변경시키는 제도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정년 연장에 대한 보다 근본적인 대안은 근속에 따라 증가하는 임금체계를 직무가치, 성과, 능력에 연동하는 임금체계로 바꾸는 작업이다.
연공서열형 인사관리는 전환기 경제 구조였던 1980년대 초반까지 국내 기업의 생산 구조를 효과적으로 지원했다. 그러나 인구 고령화가 급속히 진행되고 저성장 경제 구조가 완연해지면서 연공서열형 인사관리는 신규 채용을 감소시키고 있어 변화와 혁신이 필요한 실정이다. 이번 60세 정년 연장에 대비한 인사관리 혁신 방안은 사실 오래전부터 국내 기업들이 고민해 왔던 연공서열형 인사관리의 대안 중 하나다.
그리고 비록 일각에서 비판의 목소리가 적지 않다 하더라도 임금피크제는 임금 수준이 높은 대기업 등을 중심으로, 특히 고용이 불안정한 50대 후반의 사무관리직에 대해 과도기적으로 고용 안정성을 높이는 방안으로서 현 상황에서 고려해볼 수 있는 대안이다. 장기적으로는 새로운 임금체계 도입 없이 임금피크제만으로 정년 연장에 대응한다는 것은 매우 어렵겠지만 말이다.
양동훈 서강대 경영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