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쑤는 스릴러… 뻔한 내용에 관객들 외면

입력 2014-03-13 02:31


13일 개봉하는 스릴러 영화 ‘몬스터’(감독 황인호)의 줄거리는 흥미를 자아낸다. 주인공은 동네에서 ‘미친 여자’로 통하는 복순(김고은). 매사에 어수룩한 게 열 살짜리 아이 같은 인물이다. 어린 시절 부모를 여읜 그는 할머니가 물려준 야채 노점을 하며 동생 나리(안서현)를 키운다. 자장면에 환장하다가도 철거반 단속이 뜨면 좌판에 있던 무를 들고 설치는 천방지축 캐릭터다.

이런 복순에게 나리는 세상의 전부나 다름없다. 그런데 어느 날, 동생이 살인마 태수(이민기)에게 살해를 당하면서 그의 삶은 뒤틀린다. 복순은 싸움 실력이 출중한 태수를 상대로 복수에 나선다.

영화는 ‘미친 여자’와 살인마의 대결이라는 특이한 얼개에 영화 ‘은교’(2012)로 깜짝 스타덤에 오른 김고은이 출연한다는 점 때문에 제작 단계부터 관심을 모았다. 이민기가 냉혹한 살인마로 연기 변신을 시도했다는 점도 눈길을 끌었다. 하지만 최근 언론에 공개된 ‘몬스터’는 기대에 못 미쳤다.

스토리 전개는 엉성하고 따분했으며 난데없이 끼어드는 유머들은 실소를 자아냈다. 김고은의 고군분투가 안쓰러워 보일 정도로 황당한 장면이 반복됐다. 선혈이 낭자한 폭력신은 불쾌할 뿐이었다.

문제는 기대치를 밑도는 이러한 스릴러 영화가 최근 들어 끊이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화려한 캐스팅을 앞세워 관심을 끌었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면 실망만 안겨주는 경우가 허다하다.

수준 이하 작품이 잇따르니 관객 반응 역시 냉담하다. 지난해 8월 개봉해 560만 관객을 모은 ‘숨바꼭질’ 등을 제외하면 최근 들어 개봉한 스릴러 영화 중엔 이렇다할 흥행작이 거의 없는 편이다.

가령 지난해 10월 개봉한 양동근 주상욱 주연의 ‘응징자’는 19만 관객을 동원하는 데 그쳤다. 같은 달 개봉한 손예진 주연의 ‘공범’은 176만 관객을 모았지만 좋은 평가를 받진 못했다. 11월 개봉한 작품들 역시 마찬가지다. 동명의 인기 웹툰을 원작으로 한 ‘더 파이브’, 시간 여행을 소재로 삼은 ‘열한시’는 각각 73만명, 87만명을 동원하는 데 그쳤으며 평가 역시 호의적이지 않았다. 올해 들어서는 지난 1월 마동석 주연의 ‘살인자’(8만명) 등이 관객을 찾았지만 흥행엔 실패했다.

심영섭 영화평론가는 “사이코 패스인 주인공, 공권력이 해결하지 못하는 사적(私的) 복수담 등 대부분 스릴러 영화가 같은 구성을 보여준다”며 “식상한 이야기 구조에 (살인 장면 등의) 강도만 높아지다 보니 신선한 충격을 주는 작품이 거의 안 나오고 있다”고 지적했다.

물론 모든 스릴러 영화가 흥행에서 실패하고 작품성에서도 혹평을 듣는 건 아니다. 수작이었던 ‘살인의 추억’(2003) ‘추격자’(2008) 등엔 못 미치지만 지난해 개봉한 ‘더 테러 라이브’ ‘숨바꼭질’ 등은 비교적 좋은 평가를 받으며 흥행에도 성공했다.

강유정 영화평론가는 “‘더 테러 라이브’ 등 상대적으로 호평을 받은 작품들은 스릴러라는 대중적 양식에 자기 색깔을 보탠 영화들”이라며 “하지만 나머지 작품들에선 개성이 안 느껴진다”고 꼬집었다. 그는 “스릴러의 문법만 답습하는 수준이라면 대중 입장에선 영화보단 잘 만든 TV 드라마가 더 재밌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지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