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성과 소멸 숭고한 판타지… 미리 본 할리우드 대작 ‘노아’
입력 2014-03-13 01:33
성경 창세기에 나오는 노아의 이야기는 기독교인이 아니어도 누구나 들어봤음직한 스펙터클한 스토리다. 성경에선 세상의 멸망, 그리고 인류의 또 다른 시작을 의미하는 대홍수의 날을 이렇게 기술하고 있다. "노아가 육백 세 되던 해 둘째 달 곧 그 달 열이렛날이라 그 날에 큰 깊음의 샘들이 터지며 하늘의 창문들이 열려 사십 주야를 비가 땅에 쏟아졌더라."(창 7:11∼12) 전 세계 최초로 우리나라에서 먼저 개봉하는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노아'는 하나님의 선택을 받은 인간인 노아의 삶을 다룬 작품이다. 성경엔 없는 갖가지 '판타지'가 가미되는 등 논란의 여지가 없진 않지만 영화는 화려한 출연진과 볼거리를 앞세워 개봉 전부터 숱한 화제를 뿌리고 있다. 지난 11일 서울 성동구 왕십리광장로 CGV왕십리에서 열린 시사회를 통해 '노아'를 미리 만나봤다.
◇‘인간’ 노아의 고민=영화는 크게 세 가지의 이야기가 구분된다. ①노아의 개인사와 대홍수의 시간 ②노아 가족이 방주(方舟)에서 보내는 삶 ③노아가 홍수가 끝난 뒤 겪는 방황과 깨달음.
이 중 가장 눈길을 끄는 건 성경엔 자세히 나와 있지 않은 두 번째 이야기다. 심판의 날이 밝고 엄청난 물이 세상을 뒤덮는데, 방주 밖에선 죽음에 맞닥뜨린 사람들의 비명소리가 끊이지 않는다. 노아의 아들들은 아버지에게 말한다. “(악하지 않은) 평범한 사람이 많이 있어요. 방주 안엔 저들을 태울 자리도 있잖아요?” 하지만 노아는 단호하다. “방주 안에 있는 것만 살아남으면 된다.”
노아의 태도는 인간에 대한 불신 때문이다. 하나님의 가장 큰 벌을 받아야 하는 종(種)은 인간이라는 게 그의 생각이다. 나아가 노아 자신도 나머지 인간들처럼 사악하다고 자평한다. 그는 홍수가 끝나면 더 이상 새로운 인간이 태어나는 일은 없어야 한다고 고집하며 “새롭게 만들어질 에덴동산엔 인간이 설 자리는 없어야 한다”고 말한다. 하지만 며느리가 방주에서 임신을 하게 되면서 노아 가족은 큰 혼란에 빠진다. 하나님이 역사하신 심판은 무엇을 의미하는 걸까.
아울러 영화 초반부 대홍수를 다룬 장면도 빼놓을 수 없는 볼거리다. 엄청난 수의 동물과 벌레가 방주로 향하는 모습, 심판의 순간이 도래해 억수같은 비가 퍼붓고 땅에선 거대한 물기둥이 솟는 장면 등은 보는 이를 압도한다. 홍수 이전, 인간의 사악한 기운이 세상을 뒤덮고 있는 장면을 묘사한 부분도 인상적이다. 노아 역을 열연한 러셀 크로를 비롯해 제니퍼 코넬리, 앤서니 홉킨스 등이 선보이는 빼어난 연기는 영화의 재미를 배가시킨다. 전작 ‘블랙스완’(2010)이 그러했듯 선과 악의 문제를 철학적으로 풀어낸 미국 감독 대런 애로노프스키의 연출력 역시 빼어나다.
◇성경과 다른 점은?=방주의 모습을 실감나게 재연한 점도 호평을 받기에 충분해 보인다. 성경에 나오는 방주에 대한 정보는 이러하다. “…길이는 삼백 규빗, 너비는 오십 규빗, 높이는 삼십 규빗이라.”(창 6:15) 여기서 1규빗은 팔꿈치에서 가운데 손가락 끝까지의 길이로 대략 50㎝. 제작진은 이를 토대로 3966㎡(약 1200평) 면적에 6층 건물 높이에 해당하는 방주를 실제로 만들었다고 한다.
하지만 창세기엔 기술돼 있지 않은, 감독이 만들어낸 사건과 캐릭터도 다수 등장한다. 가령 방주를 짓는 노아를 사악한 인간들로부터 수호하는 바위로 된 거인 ‘감시자들’, 방주에 몰래 침입한 한 인간의 이야기 등은 감독의 상상력이 만들어낸 산물이다. 노아의 며느리를 세 명이 아닌 한 명으로 설정한 점도 성경과는 다른 대목이다. 20일 개봉. 15세가.
박지훈 기자 lucidfal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