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강섭의 시시콜콜 여행 뒷談] 유람선의 거짓말
입력 2014-03-13 01:34
지난 주말에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 촬영현장으로 뜨고 있는 경남 통영의 장사도를 다녀온 여행객이 흥분해서 전화를 걸어왔습니다. 유람선사 측에서 ‘유선 및 도선 사업법’에 의해 “유람선 여행객은 반드시 타고 온 유람선을 이용해 출발항으로 되돌아와야 한다”며 2시간 후에 하선한 선착장에서 유람선에 탑승하라고 했다는군요. 모처럼 통영으로 여행을 떠났던 그는 “유람선 탑승시간을 맞추기 위해 제대로 관람도 못했다”며 세상에 이런 법이 어디 있냐고 분개하더군요.
그래서 유람선사 측에 정말로 그런 법이 있냐고 문의를 했습니다. 통영유람선협회 관계자는 “우리는 법대로 유람선을 운행하고 있다”고 얼버무리더군요. 관할관청인 통영해양경찰서로 전화를 돌렸습니다. 담당자는 “잘은 모르지만 법에 그렇게 되어있다”고 말했습니다. 다시 상급기관인 해양경찰청에 문의를 했습니다. 해양경찰청 담당자는 ‘유선 및 도선 사업법’에 그런 규정은 없다며 유람선사 측에서 수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관행적으로 관람시간을 제한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답했습니다. 법제처 국가법령정보센터에서 제공하는 판례 및 해석례에도 그런 내용은 전혀 없었습니다.
통영의 장사도 뿐만 아니라 관광객들이 줄을 서는 거제의 외도도 유람선사 측의 관람시간 제한으로 관광객들의 불만이 많습니다. 기자도 예전에 장사도와 외도를 취재하기 위해 몇 차례 방문했었지만 타고 온 유람선을 타고 나가야 한다는 ‘거짓 규정’에 속아 사진 몇 장 찍고 나올 수밖에 없었습니다.
다시 통영유람선협회 관계자에게 전화를 했습니다. 그제야 담당자는 “관광객이 다른 유람선을 타고 나오면 관리하기가 어려워 관행적으로 관람시간을 제한하고 있다”고 실토했습니다. 하지만 관람시간 제한 이면에는 관리의 어려움보다 몇 차례라도 더 유람선을 띄워 수익을 올리려는 꼼수가 숨어 있습니다.
유람선사 측의 입장을 전혀 이해 못할 바는 아니지만 관리의 편의성과 수익의 극대화를 위해 머나먼 길을 찾아간 관광객에게 있지도 않은 법을 들이대며 관람시간을 제한하는 것은 너무한 처사가 아닐까요? 유람선 대기시간을 늘려 관람시간을 연장하든지 관광객이 자유롭게 유람선을 이용하도록 하든지 행정지도가 필요할 것 같습니다.
박강섭 관광전문기자 kspar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