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앙시 공모 당선작-대상] 오래된 울음

입력 2014-03-12 18:35 수정 2014-03-13 01:35


오래된 울음

이진환

숲에서 하나 둘 나무를 세고가면

나무가 되었다 숲이 되었다 고요가 되었다

고요가 깊어지자 웅크리고 있던 숲이 안개처럼 몸을 푼다

불신의 늪이 꿈틀거려서다

한때, 뿌리 뻗친 늪에서 마구잡이로 우듬지를 흔들어대다

새 한 마리 갖지 못한 나무였다

눈도 귀도 없는, 그 몸속으로

흘러 다니던 울음을 물고 새들은 어디로 갔을까

어릴 적 어둑한 논둑길에서 두려움을 쫓던

휘파람소리와 함께 가슴을 졸이고 나오던 눈물이었다

울음의 반은 기도였으므로,

안개의 미혹(迷惑)에서 깨어나는 숲이다

고요란 것이 자연스럽게 들어서서 허기지는 저녁 같아

모든 생명이 소망을 기도하는 시간이 아닌가

두려움의 들녘에서 울던 오래된 울음이

징역살이하듯 갇혔던 가슴으로 번지고 있다

기도를 물고 돌아오는 새들의 소리다

수상 소감

달란트 꺼내주신 주님께 감사


“예수님!/ 저희에게 은혜로/ 사랑하는 마음을 주셔서 감사해요/ 하지만/ 우리를 위해/ 저를 위해/ 십자가에 못 박히신 거/ 죄송해요/ 정말,/ 죄송해요// 예수님!/ 다음엔, 제가/ 제가/ 대신 죽을 게요.” 초등학교 2학년 한 여학생의 신앙고백입니다. 이 고백으로 설교를 시작하신 목사님은 “어느 누가 쉽사리 이런 고백으로 기도를 할 수 있을까”를 반문하셨습니다. 부끄러운 나 자신을 돌아보게 됐습니다.

주신 달란트를 40여년 동안 헛간에다 처박아뒀던 죄인을 조용히 부르시고 녹슨 호미 다 닦아서 손에 들려주시며 늦었지만 이제부터 나가서 저 넓은 지경에서 김을 충실히 매라 하십니다. 한순간도 선별된 삶을 살지 못한 죄인을, 지겹지도 않게 지켜보신 겁니다. 고맙고 또 감사합니다. 긴 세월 보내고 뒤늦게 시작하는 나를 보며 속이 까맣게 탔는지 항암치료를 하고 있는 우리 뚱이, 각시에게 감사합니다. 감사해야 할 사람 많지만 동행하며 등을 기대주었던 김진수, 고마워요. 영광은 주님의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