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명진 목사의 시편] 만남

입력 2014-03-13 01:35


인생은 만남의 존재요 헤어짐은 실존이다. 나의 생각이나 의지와 상관없이 주어지는 만남이 있는가 하면 내가 원하고 결심해 만나는 만남도 있다. 부모 형제 친척 등 태어날 때 환경과의 만남은 내 계획이나 생각과 전혀 상관없는 만남이다. 친구 배우자 학교 직업이나 일터를 만나는 것은 나의 의지나 생각, 계획을 갖고 정할 수 있고 얼마든지 변수가 있을 수 있다.

반드시 그렇지는 않지만 언제 어디서 누구를 만나며 그 만남에 어떤 반응을 보이며 어떻게 대처하고 유지하느냐가 삶의 의미와 행·불행을 결정한다. 만나지 말아야 할 만남 때문에 비운의 생을 마친 사람들이 있는가 하면 한번의 만남이 계기가 돼 일생을 의미 있고 복되게 살며 역사의 한 페이지를 거룩하게 장식한 사람들도 있다.

지존파로 악명이 높았던 한 폭력배는 사형언도를 받던 법정의 최후 진술에서, 힘들고 어렵던 어린 시절 결손가정에 살며 미술시간 준비물 없이 학교에 갔을 때, “없으면 훔쳐서라도 가져오라”고 말했던 초등학교 교사와의 비운의 만남을 한탄하며 이야기했다고 한다. 청소년 시절 잘못된 친구를 만난 것이 화근이 되어 일생을 감옥에서 보내거나 젊은 날에 삶을 저버린 경우도 있다.

반대로 여리고의 길목에서 구걸하던 맹인 바디메오는 앞을 보지 못하는 모습으로 부모를 만났고 캄캄한 세상을 살게 됐다. 그러나 다윗의 자손 예수를 만남으로 시력도 회복하고 예수님의 제자가 됐다.

부모가 버리고 의사도 포기한 앤 설리번은 보스턴의 한 정신병원 독방에서 실의와 좌절과 포기와 낙망으로 죽지 못해 살아가는 처절한 삶을 지탱하다 은퇴한 노 간호사 로라를 만났다. 성실하고 끈질긴 로라가 전한 하나님의 사랑으로 새사람이 됐고, 훗날 앨라배마주 터스캄비아의 어린소녀 헬렌 켈러의 가정교사가 됐다. 앤 설리반은 역사상 가장 위대한 교사라는 칭호를 얻었으며, 인류 역사상 최고의 희망 전도사로 불리우는 헬렌 켈러를 만들었다. 헬렌은 앤을 만났기 때문에, 앤은 로라를 만났기 때문에 역사에 찬란히 빛나는 인물이 됐다고들 한다. 틀린 말은 아니다. 그러나 그들 모두는 예수님을 만났던 사람들이요, 하나님의 사랑을 가졌던 자들이다.

베드로 안드레 야고보 요한 마태 등은 모두 당대의 천대 받든 직업에 종사하던 자들이었다. 하지만 나사렛 예수를 만나 인생의 대역전을 이루고 역사에 길이 남는 위대한 사도가 되고 제자가 됐다. 만남을 소재로 하는 이러한 이야기가 얼마나 많은지 그 수를 헤아리기 어렵다. 일생을 살아가며 만나고 헤어지고 다시 만나는 존재인 우리들이 반드시 만나야 할 그 분을 만나지 못했다면 실패한 인생이 아닐는지.

<수원중앙침례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