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희룡을 바라보는 친박 속내는 복잡
입력 2014-03-12 01:39
원희룡 전 의원을 바라보는 새누리당 친박(친박근혜) 의원들의 속내는 복잡하다.
우선 고향인 제주도에서 압도적인 지지를 얻고 있는 원 전 의원을 삼고초려해 제주도지사 선거에 출마시켜야 한다는 기류가 우세하다. 새누리당 소속 국회의원이 한 명도 없는 제주도를 당헌·당규에 따라 취약지역으로 분류해 예외적으로 ‘100% 여론조사 경선’을 실시해도 큰 문제가 안 될 것이라는 생각이다.
지난해 11월 우근민 제주도지사는 새누리당에 입당하며 1만7000여명의 책임당원을 함께 데리고 왔다. 우 지사 입당 이전 새누리당 제주도당 책임당원은 2000여명에 불과하다. 이런 상황에서 ‘2(대의원)대 3(책임당원)대 3(일반국민 선거인단)대 2(여론조사)’ 경선 방식을 제주도에 기계적으로 적용할 경우 투표함을 열어보지 않아도 결과는 뻔하다는 게 새누리당의 판단이다. 겉으론 공정해 보이지만 실제로는 불공정한 경선이라는 것이다.
다만 제주도에만 예외적인 룰을 적용할 경우 불공정 시비에 이어 ‘상향식 공천’이라는 명분이 훼손될 수 있어 내심 원 전 의원이 스스로 희생하는 모습을 보여줬으면 하는 의견도 있다. 원박(元朴·원조 친박) 의원들 사이에서는 원 전 의원이 경선 룰을 겸허히 받아들여 ‘원칙주의’를 정치적 자양분으로 삼았던 박근혜 대통령의 사례를 참고할 필요가 있다는 조언도 나온다. 한 친박 의원은 11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원 전 의원의 사정도 이해는 가지만 과감하게 경선 룰을 수용하면 박 대통령의 원칙 이미지도 가져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2:3:3:2’의 방식으로 치러진 2007년 한나라당 대통령 후보 경선에서는 패배했고, 2012년 새누리당 대통령 후보 경선에서는 승리했다.
하지만 원 전 의원은 패배를 기정사실화한 경선 룰을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에 변함이 없다. 그는 친박의 조언에 대해 “남 얘기를 하는 사람은 쉽게 말할 수 있다”며 일축하며 “100% 여론조사 경선을 실시하지 않으면 출마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새누리당은 공천관리위를 열고 100% 여론조사 경선 도입 문제를 다시 논의할 예정이다.
유동근 기자 dkyo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