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첩사건 증거위조 수사-검찰 ‘칼 끝’ 어디로…] 대공수사팀 ‘한 덩어리 개입’ 여부 파헤친다

입력 2014-03-12 02:33


검찰은 지난 10일 국가정보원을 8시간 동안 압수수색한 데 이어 사건 연루자들의 혐의를 구체화하는 작업에 돌입했다. 중국 공문서 위조를 시인한 국정원 협조자 김모(61)씨, 1차 배후로 지목된 대공수사팀 요원 ‘김 사장’, 문서 전달의 통로 역할을 한 주중 선양영사관 이모 영사 등이 우선적인 형사처벌 대상자로 거론된다. 검찰은 대공수사팀이 사전 계획 하에 ‘한 덩어리’로 움직였는지도 확인할 방침이다.

검찰 진상조사팀은 피고인 유우성(34)씨의 내사·수사에 관여한 대공수사팀 요원 사무실에서 내부 보고서와 수사기록 등 박스 4개 분량의 압수물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정원이 그동안 검찰에 제출하지 않고 자체 보관하던 각종 문건도 다수 나왔다고 한다.

검찰은 김 사장과 다른 국정원 직원들을 문서 위조 공모 의심자로 지목해 압수수색영장을 받아냈다. 위조 의혹이 제기된 중국 공문서 3건 중 허룽시 공안국 명의의 문서 2건이 중국과의 사법공조 절차 등으로 진척이 더딘 상황에서 협조자 김씨가 싼허변방검사참(출입국관리소) 서류 위조 사실을 시인한 것이 검찰에게 돌파구가 됐다.

그러나 김씨는 이번 수사에서 가장 먼저 사법처리될 전망이다. 검찰은 김씨가 입원 중인 병원에 검사를 보내 담당의사 의견을 청취하고, 김씨와 면담도 했다고 한다.

김씨에게 문서 입수를 지시한 김 사장 역시 조만간 피의자 신분으로 바뀔 수 있다. 검찰은 김 사장이 싼허변방검사참의 문서 입수 비용을 구체적으로 약속했으며, 위조 사실도 알았을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그러나 김 사장 등 국정원 직원 2∼3명은 검찰 조사에서 “김씨가 해당 문서를 구할 수 있다고 해서 요청했을 뿐”이라며 의혹을 완강히 부인했다. 이 때문에 검찰도 그동안 이들에게 피의자 신문조서를 받지 못한 상태에서 조사를 진행했다.

국정원이 입수한 중국 공문서가 검찰로 인계되는 경로에 등장하는 선양영사관 이모 영사 역시 사법처리 가능성이 제기된다. 국정원 파견 직원인 이 영사는 중국 문서에 공증 또는 확인서를 내주면서 위조로 의심되는 공문서 3건의 전달에 모두 관여했다. 검찰은 최근 선양영사관 직원 조사에서 “싼허변방검사참 문서는 영사인증을 받을 만큼 요건을 갖추지 못했는데, 이 영사가 계속 요구해서 공증을 해줬다”는 취지의 진술을 받아낸 것으로 알려졌다. 이 영사가 출처불명의 문서를 공신력 있는 것으로 포장하려 한 정황이 드러난 셈이다.

검찰이 확보한 압수물에서 대공수사팀이 문서 위조에 조직적으로 개입한 단서가 나오면 ‘윗선’ 어디까지가 관련 내용을 파악했는지를 밝히는 게 수사의 핵심이 될 전망이다. 김씨의 주장대로 월 300만원의 급여와 문서 제작비까지 지급됐다면 상부 결재가 있어야 가능하다.

검찰 관계자는 11일 “예단을 가지고 수사할 수는 없고, 경과를 지켜봐야 할 사안”이라고 말했다. 한편 진상조사팀은 12일 유씨를 참고인 신분으로 소환해 증거위조에 대한 입장 등을 조사할 방침이다.

지호일 기자 blue5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