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줌인! 문화] ‘출판계 맏형’ 민음사 정리해고 유감

입력 2014-03-12 02:33 수정 2014-03-11 16:48

‘민음사’란 출판사 이름 앞에는 ‘출판계의 맏형’이란 표현이 붙곤 했다. 하지만 요 며칠, 포털 사이트 검색창에 민음사를 치면 ‘민음사 정리해고’란 말이 제일 먼저 등장했다.

발단은 페이스북에 올라온 민음사 신입 디자이너의 글이었다. 그는 “3월 4일 오후 5시 사장실에서 구두로 해고를 통보받았다”며 “회사는 ‘이례적인 경영난’으로 인력감축을 시행하고 있는데, 회사를 떠나야 하는 사람들에게 구체적 해고 사유에 대해 함구하고 있다”고 적었다. 그는 “해고의 적법성도 문제지만 무엇보다도 민음사가 ‘사람에 대한’ 실수를 범하는 것에 몹시 화가 난다”며 “출판 시장에서도 크다는 소리 듣는 회사가 이러할진대 작은 출판사들의 디자이너, 편집자들은 오죽할까”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경영진이 디자이너와 편집자 6명에게 해고 소식을 통보하자, 병가 중이던 한 부서장이 먼저 사표를 제출했다. 그리고 이 글이 인터넷에서 논란이 되자 7일 경영진은 해고를 무효화하는 것으로 사태를 수습했다. 하지만 8년간 몸담았던 부서장은 결국 회사를 떠났고, 사내 구성원들은 마음에 큰 상처를 입었다. 민음사 역시 이미지에 막대한 타격을 입었다.

민음사는 박맹호 회장이 물러난 뒤 둘째 아들인 박상준 사장이 이끌어왔다. 그러다 지난 1월 큰아들인 박근섭 대표이사가 회사 일선으로 복귀했고, 지난 몇 년간 경영 실적이 저조한 것에 대해 자체 조사를 벌였다고 한다. 민음사는 지난해 무라카미 하루키의 신간을 출간하면서 거액의 선인세를 제공했고, 예상에 못 미치는 성적으로 경영상 적자를 면치 못했다고 한다. 또 신간 판매 실적도 목표에 미달하는 등 민음사 역시 출판 시장을 덮친 불황을 피해나가지 못했다. ‘2013년 출판산업 실태조사’ 보고서를 보면, 민음사는 2012년 영업이익에서 전년 대비 마이너스 93.4%를 기록하며 연평균 성장률 마이너스 50.4%를 기록했다.

그렇더라도 이번 일은 상식 이하다. 한 출판사 대표는 “아무리 어려운 상황에 처한 작은 회사라 해도 그렇게 여러 직원에게 구두로 해고를 통보하진 않는다”고 했다. 1966년 ‘백성의 올곧은 소리를 담는다’를 모토로 설립된 이래 출판계를 선도해왔던 민음사가 이번 일을 어떻게 수습해 나갈까. 많은 출판인과 독자들이 민음사의 다음 행보를 지켜보고 있다.

김나래 기자 nar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