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거위조 의혹 국정원, 왜 무리수 뒀나… 국정조사 등 코너 상황 유죄입증 심리적 압박?
입력 2014-03-12 01:38
서울시 공무원 간첩사건 증거위조 의혹에 국가정보원 대공수사팀이 관여한 정황이 포착되면서 국정원이 ‘무리수’를 둔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국정원의 무리수는 지난해 8월 22일 1심에서 유우성(34)씨의 간첩 혐의에 대해 무죄 선고가 내려진 이후 시작됐다. 이 사건은 박근혜정부 출범 이후 국정원과 검찰이 기소한 첫 간첩사건이었다.
국정원은 첩보를 토대로 수년간 유씨를 미행하는 등 행적을 추적하며 내사를 벌였다. 신분을 감추고 활동하는 ‘블랙’ 요원을 포함해 여러 명의 대공수사팀과 ‘협조자’들이 투입됐고 최소 수억원의 활동비가 사용됐다. 게다가 당시는 남재준 국정원장이 조직을 개편하며 내부적으로 대북수사를 강조했던 때다. 국정원 수사팀이 유죄 입증에 대한 심리적 압박감을 받았을 수 있다는 추측이 가능한 대목이다. 수년간 유씨를 추적해 오면서 수사팀이 간첩 혐의에 대한 ‘자기 확신’에 빠졌을 가능성도 있다.
국정원은 간첩사건 기소와 공판이 진행되는 동안 여러 차례 정쟁에 휘말렸고, 그에 따른 여러 정치적 의혹들도 쏟아져 나왔다. 특히 지난해 8월은 국정원 자체적으로도 ‘위기’ 상황이었다. 국정원은 지난해 6월 원세훈 전 국정원장 기소, ‘2007년 남북정상회담 대화록’ 원문 공개로 궁지에 몰렸다. 야당은 대규모 촛불집회를 열며 박 대통령에게 남 원장 해임을 요구하고 나섰고 국정원 국정조사까지 진행됐다.
일각에서는 이 사건이 박원순 서울시장을 겨냥했다는 음모론까지 불거졌다. 그런 와중에 유씨가 무죄 판결을 받자 국정원 내부에서도 비상이 걸렸다고 한다.
국정원이 비선을 동원해 유씨 출입경기록 확보에 나섰다. 국정원은 애초 유씨가 2006년 5월 23∼27일 모친상(母親喪)으로 북한에 다녀온 뒤 다시 한 번 북한에 들어가 보위부에 포섭됐다는 주장을 펴왔다. 하지만 1심 판결로 “두만강을 도강해 북한에 잠입했다”는 유씨 동생 진술이 흔들리자 공안 당국은 내사 때 확보했던 출입경기록 ‘완성본’ 확보에 나섰다.
검찰이 공식 외교경로를 통한 문서 확보에 실패하자 국정원은 협조자를 동원해 출입경기록을 입수하기로 했다. 하지만 지난해 9월 말 얻은 출입경기록에는 유씨가 북한에 한 차례 들어간 사실(출-입-입-입)만 기재돼 있었다. 북한 보위부 포섭 논리가 어그러지기 시작한 셈이다.
국정원은 지난해 9월 26일 모종의 경로로 ‘출-입-출-입’ 내용이 기재된 문제의 출입경기록을 확보해 검찰에 전달했다. 위조를 의심받는 나머지 문서 2개는 모두 이 출입경기록을 뒷받침하기 위한 서류다. 결국 첫 논리가 흔들리면서 거짓말이 거짓말을 낳은 게 아니냐는 의혹이다.
전웅빈 기자 im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