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환산보증금 4억 이상도 보호해야”

입력 2014-03-12 02:33

서울시가 상가권리금을 날리고 쫓겨나거나 과도한 임대료 인상에 시달리는 임차상인 보호를 위해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을 개정토록 법무부와 국토교통부에 공식 건의했다. 환산보증금 기준을 없애 점포 규모와 상관없이 모든 임차상인을 보호하고, 건물주가 함부로 쫓아낼 수 없는 보호 기간도 현행 5년에서 7년으로 늘려야 한다고 주문했다.

서울시는 지난해 11월부터 ‘상가 임대정보 및 권리금 실태조사’를 벌인 결과 현행법이 임대시장의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어 정부에 개정을 건의했다고 11일 밝혔다. 서울의 점포 5052곳을 대상으로 진행된 조사에서 5곳 중 1곳은 환산보증금<임대보증금+(월세×100)>이 4억원을 넘어 임대차보호법의 적용을 받지 못하고 있었다. 강남권 점포는 절반 가까이 보호 대상에서 제외돼 있다.

서울시는 “주택 규모와 상관없이 모든 세입자를 보호하는 주택임대차보호법처럼 상가임대차보호법도 보호 대상을 제한하지 말고 모든 임차상인을 보호토록 개정해야 한다”고 정부에 촉구했다. 또 임차상인이 초기 투자금 회수 기간을 확보할 수 있도록 임대차 최소 보장 기간을 현행 1년에서 2년으로, 건물주의 퇴거 요청에 맞서 계약갱신요구권을 행사할 수 있는 기간도 5년에서 7년으로 늘리라고 주문했다.

임차상인이 다른 상인에게 점포를 넘겨 권리금을 회수하려면 반드시 건물주의 동의를 받아야 하는 구조에 대해서도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건물주가 임차상인의 영업권 양도를 거절하지 못하도록 규정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조사 결과 서울의 ㎡당 평균 상가권리금은 115만8000원이며, 강남권(179만6000원)이 가장 비싼 것으로 나타났다.

법무부 관계자는 “계약갱신 요구 기간 연장 등은 이미 정부와 국회에서 논의되고 있다”며 “임차상인 권리를 보장하라는 사회적 요구를 반영해 긍정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임차상인 단체인 전국상가세입자협회는 “세계 어느 나라에도 없는 환산보증금이란 기준 때문에 법의 보호를 받지 못해 권리금을 날리고 임대료 폭탄에 허덕이는 임차상인이 많다”며 “모든 상인이 보호받도록 환산보증금 기준을 없애고 보호 기간도 10년 이상으로 늘려야 한다”고 말했다.

박세환 기자 foryo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