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차 징크스 없다… 더 강해진 괴물

입력 2014-03-12 01:38

류현진(LA 다저스)이 더욱 강해져서 돌아왔다. 주력 구종인 직구와 체인지업은 훨씬 날카로워졌고, 특히 약점으로 분류되던 커브가 위력적으로 변했다. 그에게 ‘2년차 징크스’는 없을 듯 했다. 시범경기에서 모든 구종을 선보인 류현진은 자신감이 넘쳐보였다.

류현진은 11일(한국시간) 미국 애리조나주 글렌데일의 캐멀백 랜치에서 열린 오클랜드와의 시범경기에서 5이닝 3피안타(1피홈런), 1실점, 4탈삼진의 호투를 펼쳤다. 70개의 공으로 5회를 책임지는 안정적인 운영이 돋보였다. 특히 4회까지는 투구수가 53개에 불과할 정도로 뛰어났다.

비록 5회초 실투로 선두타자 마이클 테일러에게 시범경기 첫 홈런을 허용한 뒤 2사후 제이크 엘모어에게 볼넷을 주긴 했으나 투구는 전반적으로 깔끔했다. 시범경기 평균자책점도 3.00에서 2.45로 낮아졌다. 첫 등판이었던 지난 1일 시카고 화이트삭스전에서 30구, 6일 신시내티전에서 59구에 이어 세 번째 등판인 이날 오클랜드전에서 70구를 던지며 정규리그 예열을 마쳤다.

류현진은 메이저리그 공식 사이트 MLB닷컴과 인터뷰에서 “내가 가진 모든 구종을 던졌다”며 “전체적으로 낮게 제구된 점이 만족스럽다”고 말했다. 돈 매팅리 다저스 감독 역시 류현진의 투구에 “시즌 준비가 잘 되고 있다”고 만족감을 표시했다.

이날 경기는 류현진 후속 투수들이 실점하면서 8대 8 무승부로 끝났다. 어차피 승패가 중요하지 않은 시범경기여서 관심은 류현진의 투구 내용이었다. 류현진은 지난해보다 눈에 띄게 구질이 좋아졌다. 체인지업이나 직구도 날카로워졌지만 특히 커브를 적극 활용하는 게 눈길을 사로잡았다. 류현진은 4회 첫 타자 닉 푼토에게 커브로 스트라이크를 잡는 등 불리한 상황에서 위력적인 커브로 아웃카운트를 자주 잡아냈다. 예전에는 볼 수 없었던 장면이다.

류현진은 직구와 체인지업, 슬라이더, 커브 등 4가지 구종을 주로 구사한다. 체인지업은 메이저리그 내에서도 손꼽히는 최상급이며, 직구 역시 구속이 빠르지는 않지만 묵직하다. 그리고 두 구종에 비해 위력이 떨어지긴 하지만 슬라이더도 평균 이상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이에 비해 커브는 지난 시즌 4개 구종 가운데 피안타율이 0.307로 가장 높다. 특히 스트라이크존으로 들어가는 커브의 피안타율은 0.366이나 됐다.

류현진은 올 시즌 새로운 구종을 장착하는 대신 커브의 위력을 높이는 데 주력한 것으로 보인다. 매팅리 감독과 릭 허니컷 투수코치도 스프링캠프에서 류현진에게 커브와 슬라이더의 위력을 키우는 데 집중하라고 조언했다. 한국에 비해 좌우 스트라이크존이 좁은 메이저리그에서 위아래로 떨어지는 커브까지 제대로 들어가면 류현진의 다른 구종의 위력도 더욱 빛을 발할 것으로 보인다.

류현진은 오는 17일 콜로라도 상대 시범경기를 펼친 뒤 23일 호주에서 열리는 애리조나와의 정규시즌 개막 2차전에 선발 등판한다.

장지영 기자 jy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