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개발 반대’ 절박하다지만…

입력 2014-03-12 01:37 수정 2014-03-12 17:33


직장인 김모(27·여)씨는 서울 종로구 새문안로를 걷다가 화들짝 놀랐다. 도로변 건물을 우연히 올려다봤는데 인근 건물 옥상에 사람이 매달려 있었다. 자세히 보니 진짜 사람이 아니라 길이 1m30㎝ 정도의 사람 모양 인형이었다.

자살하려 목을 맨 모습의 이 인형은 서울 돈의동 공원부지상가대책위원회(대책위)가 재개발에 반대하며 지난해 말 내걸었다. ‘우리도 살고 싶다. 하지만 죽기로 결심했다’는 문구와 함께 상복 차림과 정장 차림의 인형 2개가 건물 정면과 측면에 걸려 있다. 김씨는 11일 “얼핏 보면 사람이 매달려 있는 것 같아서 놀랐다”며 “절박한 임차인들의 마음은 알겠지만 보기 불편하다”고 말했다.

‘자살 인형’까지 등장한 것은 재개발조합과 임차상인 대책위가 보상금 협상에 난항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서울시에 따르면 ‘돈의문 뉴타운’ 구역에 포함된 종로구 신문로 일대 상가가 철거되면 공원이 들어설 예정이다. 하지만 건물주에게만 보상이 돌아갈 뿐 이 지역에서 개업 당시 많게는 7000만원 가까이 권리금을 주고 10년 넘게 장사해 온 임차인들은 보상에서 제외됐다.

대책위 측은 보상금 인상과 함께 기존 상가를 대체할 수 있는 건물을 지어 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조합은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조합 관계자는 “이미 보상 절차가 끝난 만큼 5월까지 합의되지 않으면 강제 집행을 진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편 현장 인근에 있는 경찰박물관과 자살 인형은 아무런 연관이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김유나 기자 spri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