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지방선거 ‘박근혜’ 키워드는 與에 호재인가 악재인가

입력 2014-03-12 02:34


6·4지방선거를 준비하는 새누리당에 키워드 ‘박근혜’는 호재이면서 동시에 악재가 되고 있다. 고공행진을 이어가는 박 대통령의 지지율은 선거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는 반면 박근혜정부의 잦은 실책에 대해선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높은 대통령 지지율에 의지하고는 싶은데…=취임 2년차를 보내고 있는 박 대통령은 50%대 후반의 지지율을 이어가고 있다. 새누리당 지지율보다 많게는 20% 포인트 가까이 높은 수치여서 선거를 앞둔 여당에 자신감을 심어주는 주요 요인으로 꼽힌다. 한국갤럽이 지난 4∼6일 전국 성인남녀 1017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신뢰수준 95%·표본오차 ±3.1% 포인트)에서 대통령 지지율은 57%였고, 새누리당 지지율은 39%로 나타났다.

과거 다섯 차례의 지방선거는 대부분 야당이 이겼다. 지방선거가 ‘여당의 무덤’으로 불리는 이유다. 하지만 대통령의 지지율이 높았을 때 예외를 보인 적이 있다. 1998년 치러진 제2회 지방선거는 공동여당이었던 새정치국민회의와 자유민주연합이 김대중 당시 대통령의 60%대 초반 지지율을 등에 업고 승리하는 결과를 얻었다.

최근 새누리당에서 ‘박심(朴心) 마케팅’ 논란이 일고 있는 것도 박 대통령의 높은 지지율에 따른 현상으로 분석된다. 후보 개인의 역량보다 박 대통령 브랜드가 유권자에게 더 강한 호소력을 갖는다는 의미다.

◇실수투성이 정부에는 화가 나고…=하지만 올해 들어서도 쏟아지는 정부발(發) 악재는 여권을 곤혹스럽게 하고 있다. 표를 의식해 여당도 비판에 가세는 하고 있지만 실제로 민심을 달랠 수 있을지 는 회의적인 시각이 많다.

새누리당 정책위부의장인 나성린 의원은 11일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정부가 발표한 주택 임대차시장 대책에 대해 “여러 가지 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고 질타했다. 전·월세 임대소득 과세 강화를 골자로 하는 방안에 대해 정부가 추가 보완책까지 제시했지만 “혼선만 조장했다”는 비난 여론이 식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여당 간사를 맡고 있는 나 의원은 “6월에 정부 법안이 제출되면 기재위를 중심으로 엄밀하게 따지도록 하겠다”며 정부안을 대폭 손질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국가정보원이 간첩사건의 증거를 조작했다는 의혹은 이번 지방선거의 최대 현안으로 떠오를 조짐을 보이고 있다. 새누리당은 지난해 여권의 발목을 붙잡았던 국가기관 대선·정치 개입 의혹에 이어 또다시 국정원이 정국의 한가운데로 들어오자 긴장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특히 박 대통령과 청와대가 국정원 관련 사안에 민감해서 공개적으로 비판하기도 힘들다는 점이 여당을 어렵게 만들고 있다.

이 밖에도 청와대 비서관의 지방선거 관여 의혹, 현오석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윤진숙 전 해양수산부 장관의 실언, 금융당국의 개인정보 관리·감독 소홀 논란 등 민심을 악화시키는 문제들이 줄줄이 터지자 여당은 쩔쩔매는 모습이다.

새누리당 내에서는 지방선거를 고려해 “정부의 잘못을 분명하게 지적해야 한다”는 여론이 높아지고 있지만 자칫 박 대통령에 대한 비판으로 비쳐 높은 대통령 지지율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 같은 딜레마는 선거 전략을 본격적으로 짜야 하는 여당의 입장을 난감하게 만들고 있다.

유성열 기자 nukuv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