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승선엔 두 어머니가 있었다… 여자 좌식 크로스컨트리 美 대표 타티야나 맥파든 감동의 레이스
입력 2014-03-12 01:37
지난 9일(현지시간) 소치 동계 패럴림픽(장애인올림픽) 여자 좌식 크로스컨트리 12㎞ 레이스. 딸은 거친 숨을 몰아쉬며 결승선을 향해 달렸다. 관중석에선 ‘두 명의 어머니’가 가슴을 졸이며 딸의 레이스를 지켜보고 있었다. 5위로 결승선을 통과한 딸은 환하게 웃으며 말했다. “경기에 나서기 전 두 어머니를 보고 힘을 얻었습니다. 힘이 빠지고 고통스러울 때 관중석에서 나를 응원하고 있을 가족을 생각했어요.”
러시아에서 장애를 안고 태어난 아이가 미국에 입양된 뒤 운동선수로 고국에 돌아와 친어머니를 만났다. 영화 같은 스토리의 주인공은 미국 여자 좌식 크로스컨트리 대표 타티야나 맥파든(25). 척추뼈 갈림증이라는 장애를 앓은 그는 6세 때까지 걷지 못하고 기어다녔다. 생모 니나 폴레비코바는 생활고 때문에 딸을 상트페테르부르크의 한 보육원에 맡겼다.
타티야나는 6세 때 미국 보건부에서 장애 업무를 담당하던 데보라 맥파든에게 입양됐다. 오래 살지 못할 것이라는 진단을 받은 타티야나는 미국에서 몇 차례 수술을 받은 끝에 목숨을 건졌고, 놀랍게도 휠체어 육상 선수가 됐다. 타티야나는 2004년 아테네와 2008년 베이징 하계 패럴림픽에서 은메달 4개와 동메달 3개를 휩쓸었고, 2012년 런던 패럴림픽에서는 금메달을 3개나 목에 걸었다. 그가 동계 종목에 도전한 것은 고국 러시아에서 열리는 소치 동계 패럴림픽에 참가해 친모를 찾기 위해서였다.
타티야나를 키워낸 데보라 맥파든은 “오래 살지 못할 것이라는 진단을 내렸던 나라에 돌아온 지금 우리 아이는 건강하다”며 활짝 웃었다. 생모 폴레비코바는 “정말 자랑스럽고 놀랍다. 이건 기적”이라며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김태현 기자 tae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