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계자 자하 하디드 방한 간담회 “DDP는 역사·전통·환경 살린 작품”

입력 2014-03-12 02:32

서울 동대문운동장 자리에 들어선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의 설계자 자하 하디드(64)가 DDP 개관(21일)을 앞두고 한국을 찾았다. 11일 DDP 잔디사랑방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그는 “서울의 역사와 전통, 주변의 환경과 특성을 고려해 고유하면서도 독창적인 건축물을 만드는 데 주력했다”며 “설계도를 성공적으로 이해한 결과물이 마음에 든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라크 출신의 하디드는 건축계의 노벨상이라 불리는 프리츠커상을 2004년 여성 최초로 수상한 세계적인 건축가다. 2020년 일본 도쿄올림픽 주경기장, 2022년 카타르 월드컵 스타디움 설계를 맡은 그는 곡선을 살린 비정형 건축으로 유명하다. 세계 최대 3차원 비정형 건축물인 DDP는 각기 다른 평면을 가진 4만5133장의 알루미늄 패널로 둘러싸여 있다. 멀리서 보면 불시착한 우주선 같다.

그는 “낯선 지역에 도착하면 딱딱한 직선보다는 차분하고 우아한 곡선 이미지를 발견하게 된다”며 “DDP도 낯선 곳에 닿은 느낌을 살려 디자인했다”고 말했다.

DDP는 2007년 사업비 2274억원으로 착공했으나 지난해 11월 완공하기까지 4840억원이 들었다. “스케일과 비용이 너무 과한 것 아니냐”는 질문에 하디드는 “스케일의 기준이 뭐냐”고 반문했다. 그는 “건물을 지을 때 수용 인원과 기능에 대해 충분히 연구하고 설계를 하는데 그런 역할을 충실히 하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 스케일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울의 랜드마크가 될 것인지, 아니면 돈 먹는 흉물로 전락할 것인지’ DDP를 둘러싼 논란을 의식한 듯 그는 수차례 ‘어바니즘(urbanism·도시학)’을 언급했다. “글로벌을 지향하는 서울도 그렇고 세계 여러 도시가 많은 변화를 겪고 있는데 도시의 성장과 특성을 건축에 어떻게 반영할 것인지가 중요해요. 그런 점에서 서울은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고 봅니다.”

한편 박원순 서울시장은 기자간담회에 앞서 하디드와 만나 “DDP는 오세훈 전 시장이 시작했지만 제 작품이기도 하다”면서 “자신의 임기 안에 무리하게 사업을 끝내려다 결과를 망치고, 황폐하게 만든다”고 말했다. 박 시장은 취임 후 이렇다 할 ‘랜드마크 건축물’이 없다는 지적에 “(사업을 놓고) 내 것, 네 것 구분 짓지 않는 게 좋다. 나는 직원들에게 ‘내 임기 중에 완성하려고 애쓰지 말라’ ‘걸작품을 만들라’고 당부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서울의 랜드마크는 한강과 북한산 등 아름다운 자연, 수백년간 수도였던 역사, 그 속에 살아온 사람들”이라고 말했다.

이광형 선임기자 gh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