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바 혁명의 영웅… ‘여걸’ 에르난데스 사망

입력 2014-03-12 02:32

피델 카스트로와 함께 쿠바 혁명의 영웅으로 추앙받아 온 여성 멜바 에르난데스가 92세의 일기로 세상을 떠났다. 쿠바 공산당 기관지 그란마는 에르난데스가 당뇨 합병증을 오래 앓아오다 9일 밤(현지시간) 수도 아바나에서 숨을 거뒀다고 10일 보도했다.

아바나대학에서 법학을 전공한 에르난데스는 피델 카스트로가 혁명군 100여명을 이끌고 시도했던 1953년 몬카다 병영 습격에 참가한 여성 2명 중 1명이다. 이 습격은 실패로 끝났지만 6년 뒤 풀헨시오 바티스타 독재 정권을 무너뜨리는 도화선이 됐다. 에르난데스는 몬카다 습격 실패 후 당국에 체포됐다가 이듬해 풀려나 멕시코로 망명한 피델 카스트로와 함께 혁명 전선에 뛰어들었다. 그는 피델 카스트로가 56년 멕시코 동부 베라크루즈 해안에서 혁명군과 함께 요트를 타고 쿠바의 산티아고데쿠바 해안에 상륙해 본격적인 혁명 투쟁을 시작할 때 이 일을 도왔다.

에르난데스는 피델 카스트로가 몬카다 습격 이후 체포돼 옥중에서 남긴 기록들을 정리·인쇄해 전파했다. 그란마는 에르난데스가 카스트로의 혁명 사상을 전파했다고 평가했다. 에르난데스가 정리한 문서는 피델 카스트로가 재판을 받을 때 법정에서 남긴 “역사가 나의 무죄를 증명할 것이다”라는 말을 표제로 삼았다. 그는 59년 혁명 성공으로 공산당이 설립된 뒤 국회 격인 인민권력국가회의에서 부의장을 맡았고 베트남 대사도 지냈다. ‘노동의 영웅’ ‘쿠바 공화국의 영웅’이라는 칭호를 얻었다.

에르난데스는 자신을 화장해 몬카다 습격에 참가한 전사들과 함께 산티아고데쿠바의 묘지에 묻어 달라는 유언을 남겼다.

강창욱 기자 kcw@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