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흥국→ 선진국 투자자본 이동 빨라진다

입력 2014-03-12 01:36


전 세계 투자자금이 신흥국에서 선진국으로 흘러가는 ‘역(逆) 자본이동’이 점점 빨라지고 있다. 미국의 테이퍼링(양적완화 축소)에 따라 위험자산 회피 심리가 커졌기 때문이다.

11일 하나대투증권에 따르면 글로벌 펀드들은 지난해 10월 말부터 지난주까지 19주 연속 신흥국 주식을 순매도 중이다. 이 기간에 글로벌 펀드가 팔아치운 신흥국 주식은 446억9900만 달러(47조6000억원)에 이른다. 브릭스 지역에 주로 투자했던 글로벌 이머징마켓펀드는 총 291억1800만 달러를 처분했다. 일본을 제외한 아시아펀드(70억800만 달러), 라틴아메리카펀드(53억9100만 달러), 동유럽·중동·아프리카펀드(31억8400만 달러) 등의 매도세도 거칠었다.

글로벌 펀드는 같은 기간 신흥국 채권도 내던졌다. 지난해 10월 말 이후 채권시장의 매도액은 총 202억3500만 달러(21조6000억원)에 달한다. 글로벌 펀드는 반면 북미와 서유럽, 일본 등 선진국의 자산은 사들이고 있다. 지난해 10월 말부터 주식은 949억6200만 달러(101조2000 억원), 채권은 313억4900만 달러(33조4000억원)를 매수한 것으로 집계됐다. 주식은 최근 4주 연속 순매수다.

글로벌 펀드가 신흥국 자산을 내던지고 선진국 자산을 사들이는 현상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뚜렷하다. 미국이 유동성을 회수하려 하자 실물경기가 아닌 돈의 힘으로 버텨 왔던 신흥국에서 금융위기 우려가 불거진 탓이다. 전문가들은 글로벌 투자자들이 신흥국에서 이탈, 안전자산인 선진국에 몰리는 흐름이 지속될 것으로 본다.

기초체력(펀더멘털)이 튼튼해 여타 신흥국과 차별화되는 한국 경제라지만 ‘역 자본이동’의 큰 흐름에서 예외가 아니다. 국내 증시에서도 외국인 투자자의 유동성은 당분간 위축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실제로 지난해 10월 말부터 외국인은 유가증권시장에서 3조8000억원 순매도 중이다. 하나대투증권 이미선 연구원은 “우리나라에서의 유출 강도는 상당히 약한 편”이라면서도 “당분간 외국인 순매도는 계속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경원 기자 neosar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