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지로 나온 그들, 인생의 봄날을 연주하다… 노숙인창작음악제 준비 ‘봄날밴드’ 멤버들
입력 2014-03-12 01:35
꽃샘추위가 기승을 부리던 지난 7일 오전 10시, 서울 용산구 보광로의 한 음악 연습실에 일곱 남자가 모였다. 곧바로 개인연습실로 들어가 기타와 베이스기타, 드럼, 키보드 등의 악기로 연습을 시작했다. 이들은 오는 15일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 홈리스대책위원회가 주최하는 노숙인창작음악제 ‘거리의 아빠들, 희망을 노래하다’에 출연하는 자활 노숙인 밴드인 ‘봄날밴드’의 멤버들이다.
밴드는 지난해 4월 노숙인 자립지원단체인 ‘거리의 천사들’에 의해 노숙인의 자활의식 고취를 위해 결성됐다. 복도에서 들리는 이들의 연주는 합주가 가능할까 싶을 정도로 제각각이었다. 연주 경력이 청소년시절부터 기타를 쳐온 이동진(46)씨부터 드럼 스틱을 잡은 지 오래되지 않은 구영훈(48)씨까지 다양했기 때문이다.
멤버들은 1시간 정도 개인 연습을 마친 뒤 합주실에 모였다. 이들이 이번 음악제에서 부를 노래는 창작곡인 ‘쪽방의 봄날’과 ‘꽃피다’ 등 두 곡이다. 연주가 시작되자 기적처럼 서로 박자가 맞아 들어갔다. ‘거리의 천사들’ 윤건 총무는 “가장 실력이 부족한 사람에게 박자를 맞추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경쟁이 심한 우리 사회에서도 이처럼 서로 발걸음과 삶의 속도를 맞추는 노력이 필요하다”며 “그래야만 어려움을 겪고 있는 많은 이들이 다시 세상으로 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꽃피다’의 후렴을 부를 때는 마이크를 쥔 이씨의 목소리가 높아졌다. ‘봄날을 기다리는 겨울처럼 내 삶의 봄날을 기다리지, 세상의 가시에 내 심장이 찔려도 난 괜찮아. 내겐 꿈이 있어’라고 부르며 그는 두 눈을 꼭 감았다. 인생의 봄날을 애타게 기다리는 진심어린 마음이 전해졌다.
지난달 28일 열린 음악제 관련 기자회견에서 NCCK 홈리스대책위원장 이규학 감독은 “한국교회가 사회적 약자와 복지 등에 많은 관심을 갖고 사역을 해 왔지만 복지사각지대에 놓인 노숙인을 섬기는 데는 부족한 점이 많았다”라며 “이번 음악제를 통해 노숙인에 대한 국민들의 인식이 개선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노숙인시설실무자협의회 희망공간의 최선관 대표는 “노숙인 중에는 다시 사회로 돌아가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분들이 많은데도 사람들은 노숙인에 대해 부정적 이미지만 갖고 있는 것 같다”며 “부정적 시각에서 벗어날 수 있게 하는 것도 이번 음악제의 취지”라고 설명했다.
15일 오후 2시부터 서울 국회 헌정기념관 대강당에서 막을 올리는 음악제에는 노숙인 국악패와 ‘봄날 밴드’, CCM 가수 송정미와 홍순관, 인디밴드 등이 무대에 올라 창작 뮤지컬과 합창 등 다양한 장르의 공연을 펼친다.
최승욱 기자 apples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