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전에 신음하는 남수단을 가다-(下)] 가족도 집도 잃었지만 믿음은 잃지 않았다
입력 2014-03-12 01:34
초록우산어린이재단 긴급구호팀 니믈레 난민캠프 동행 르포
지난해 12월 15일 내전이 발생하자 남수단 성공회 소속 여성직자들인 메리와 레이첼 목사는 살육을 피해 머물던 종글레이주(州)를 떠났다. 난민들과 함께 남쪽으로 200㎞ 이상을 걸었다. 수일에 걸쳐 우간다 접경 지역인 니믈레에 도착했다. 하지만 지역 주민들은 난민을 반기지 않았다. 결국 지역 중심에서 약 20㎞ 떨어진 멜리조 골짜기에 자리를 잡았다.
가족과 집을 잃은 난민들은 상실감에 고통스러워했다. 메리와 레이첼 목사는 예배를 드리기로 결심했다. 사람들과 골짜기 주변의 나무를 자르고, 엮어 강대상과 의자 10여개를 만들었다. 예배처소가 마련됐다.
“주여, 이 나라를 불쌍히 여기소서.” 강대상 앞에서 메리 목사는 조용히 기도했다. 열악한 환경에도 예배가 드려졌다. 난민들은 점차 안정을 찾아갔다.
지난 2일 난민 캠프를 찾은 초록우산어린이재단(회장 이제훈) 긴급구호팀을 보자마자 레이첼 목사는 무릎 꿇고 기도했다.
그는 “사람을 통해 일하시는 하나님께서 구호팀을 보내주셨음을 믿는다”며 “난민들에게 시련을 이겨낼 수 있는 힘을 달라”고 기도했다. 메리 목사는 구호팀에게 “하나님이 당신들과 함께하심을 믿는다”며 “특히 이곳의 상처받은 어린이들을 위해 힘써 달라”고 부탁했다.
초록우산어린이재단 남수단국가사무소 관계자는 “두 여성 목사는 난민 커뮤니티의 리더로 난민들을 돌보는 데 앞장서고, 질서가 잡히도록 힘썼다”며 “한 예로 보통 구호품을 받을 때 난민들 사이에 더 차지하려 다툼이 생기게 마련인데, 이곳(멜리조 캠프) 사람들은 절박한 상황에서도 새치기하거나 다투지 않는다”고 말했다.
실제 이날 모기장과 천막, 비스킷을 전달할 때도 난민들은 차례로 줄을 서서 순서를 지켰다.
남수단은 독립 전 이슬람 신자가 대부분인 북수단과 종교 문제로 오랜 내전을 벌였다. 2003년 이후에는 북수단 정부의 기독교 말살 정책에 의해 기독교 신자 약 30만명이 학살되는 비극을 겪기도 했다. 2011년 1월 남수단 독립 여부를 묻는 국민투표가 진행될 당시 세계복음연맹(WEA)은 수단의 평화를 위한 기도운동을 진행하면서 남수단의 기독교인들을 위해 기도하고, 국제사회의 개입을 촉구한바 있다. 현재 남수단 약 1100만명(CIA 기준) 중 기독교인은 200여만명으로 추정된다. 교파는 대부분 성공회다.
이번 내전이 발생하면서 교회도 큰 피해를 당했다. 지난달 보르시에서는 반군들이 성 앤드루 성공회 교회로 숨은 난민들을 쫓아와 사살했고, 이 과정에서 교회의 여성 사역자 6명도 살해됐다(1588-1940·childfund.or.kr).
니믈레(남수단)=글·사진 이사야 기자 Isaia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