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모피아 대신 금피아·청와대發 낙하산인가
입력 2014-03-12 01:41
과거 공공기관과 민간 금융회사 CEO나 감사, 사외이사 자리를 점령했던 모피아(기획재정부 출신 공무원을 마피아에 빗댄 말)들이 움츠려 있는 사이 금피아(금융감독원 출신 인사)들이 다시 활개를 치고 있다고 한다. 이달 말 금융회사 주주총회를 앞두고 금감원 출신 간부 10여명이 은행, 카드사, 증권사 등 민간 금융회사의 감사, 사외이사 등으로 대거 선임될 예정이다. 심지어 현직 금감원 감사실 국장은 곧바로 대구은행 감사로 직행한다.
금감원 출신 인사들이 저축은행 감사 등으로 재직하면서 경영진·대주주와 유착해 불법대출·분식회계 등에 가담한 혐의로 검찰에 기소되고 국민적 공분을 샀던 게 불과 3년 전이다. 금감원은 2011년 5월 저축은행 부실 사태를 계기로 임직원들의 금융회사 재취업을 전면 금지하고 유착통로로 비판받았던 민간 금융회사 감사추천제를 폐지하는 등 조직쇄신안을 발표했다. 그해 12월에는 윤리강령을 뜯어고쳐 전·현직 임직원을 금융회사에 감사로 추천해서는 안 되며, 이런 요청이 와도 응하지 못하도록 명문화했다.
당시 이명박 대통령이 불시에 금감원을 방문해 “여러분은 조직의 최대 위기를 맞고 있다”며 질책했던 것을 국민들은 생생히 기억하고 있다. 전·현직 임직원들의 금품수수 비리로 고개 숙이며 환골탈태를 다짐하던 모습이 생생한데 잉크가 마르기도 전에 또다시 낙하산 구태를 되풀이하고 있으니 실망스럽기 그지없다.
낙하산 인사의 폐해는 새삼 거론할 필요도 없다. 자기 회사 출신 선배들이 민간 금융회사 감사나 사외이사로 똬리를 틀고 있는데 금융 감독이 제대로 이뤄질 리가 있겠는가. 금융회사들이 금감원 출신 인사들을 수천만∼수억원의 연봉을 주며 모셔가는 것은 방패막이로 이용하자는 계산임을 삼척동자도 안다.
박근혜 대통령은 당선인 시절 “공공기관에 전문성이 없는 인사들을 낙하산으로 내려보내는 것은 잘못된 일”이라며 이명박정부의 낙하산 인사를 비판했지만 낙하산 파티는 더 심해졌다. 하루가 멀다 하고 공공기관은 물론 민간회사까지 침투하는 낙하산 부대에 신물이 날 지경이다. 청와대 대변인 출신 김행씨를 여성가족부 산하 양성평등교육진흥원장에 앉히더니 이남기 전 청와대 홍보수석을 민간 회사인 KT스카이라이프 대표로 내려보냈다. KT는 전·현직 정부의 낙하산 부대 집합소다.
수없이 지적하고 비판해도 쇠귀에 경 읽기다. 1년 동안 낙하산 인사가 오죽 심했으면 야당 의원이 ‘공공기관 친박 인명사전’까지 만들었겠는가. 친박 인명사전 1집을 보면 현 정부 출범 이후 친박계 인사 114명이 84개 공공기관 임원으로 임명됐다. 이러니 공기업 개혁을, 비정상의 정상화를 하겠다고 한들 믿음이 가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