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집시정책] 지원금 수십억 유로 쏟아붓긴 했는데…

입력 2014-03-12 01:32

유럽연합(EU)은 지난 10년간 집시 생활 개선에 수십억 유로를 썼다. 얼마나 효과가 있었을까.

믿기 힘들지만 정말 아무도 아는 사람이 없다고 유럽집시권리센터 데지데리우 게르겔리 센터장이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에 말했다. EU 출범 이래 전반적인 평가가 한 번도 이뤄진 적이 없기 때문이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게르겔리 센터장은 “정부들은 지출 내역만 추적하지 결과는 확인하지 않는다”며 “그럴 수단도 마련하지 않았다”고 했다.

나폴리 북부 우범지역 스캄피아가 대표 사례다. 이 지역은 2005∼2011년 EU에서 700만 유로(약 103억원)를 받았다. 집시 100가구를 위해 제대로 된 마을을 지을 돈이었다. 비정부기구(NGO) 루나리아가 확인한 결과 스캄피아엔 아무것도 지어지지 않았다.

“이게 EU가 집시 지원에 돈을 쓰는 방식이라면 다들 재앙이라고 생각하지 않았겠느냐”고 열린사회유럽정책연구소의 비올레타 냐데노바가 꼬집었다.

헝가리 샤요커저에서 집시 교육을 돕는 자이빔스쿨의 티보르 데르닥은 지금의 기금 사용 방식이 돈을 버리는 것이라고 말한다. NGO와 집시 자치단체에 기금을 배정하는 건 EU지만 그 돈을 갖다 쓸 수 있느냐는 지역 정치세력에 달려 있다. 이들은 통상 계획을 세우지만 뭔가 될 만할 때쯤 실행을 중단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고 한다. 반(反)집시 정서를 가진 지방의회가 적지 않다.

활동가들은 집시 지원기금을 잘게 쪼개 써야 큰 효과를 볼 수 있다고 말한다. 데르닥은 “지금은 돈의 규모가 너무 크고 지원 계획이 단기적이라 작업이 지속되지 않는다”며 “EU가 돈을 더 적은 단위로 배분해야 비리를 줄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강창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