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시평-성태윤] 경제혁신 성공하려면

입력 2014-03-12 01:32


미국에서 가장 존경받는 인물 가운데 하나는 1861년에서 1865년까지 대통령으로 재임한 에이브러햄 링컨이다. 참혹한 비극을 넘어 미국 통합의 계기를 마련한 남북전쟁과 노예해방은 링컨 재임기간의 주요 업적으로 우리에게도 잘 알려져 있다. 전쟁의 혼란 가운데도 링컨은 경제발전의 핵심정책을 성공적으로 추진했는데, 2009년 미국 버락 오바마 대통령 연설에서 이러한 정책의 주제의식을 발견할 수 있다. 당시 연설은 경제적 진보를 향한 미국 교육에 대한 것으로, “남북전쟁 가운데 링컨은 국립과학원을 만들고 대륙횡단철도를 놓고 홈스테드법(Homestead Act)을 통과시켰는데, 그 사실을 기억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있다”고 말하며 경제발전에 무엇이 중요한지를 역사적 경험 속에서 제시했다.

내생적 성장이론 같은 현대 경제성장 이론에서 장기적인 경제발전은 궁극적으로 과학기술에 의존한다. 따라서 효율적인 과학기술의 연구기반 마련은 경제발전의 핵심 주제이다. 미국 국립과학원은 1863년 처음 50명의 회원으로 시작된 이래 영역과 범위를 넓히며 현재는 2000명 이상의 회원을 지니는 거대 과학연구 조직으로 커졌고, 수많은 노벨상 수상자들이 회원으로 속한 바 있다.

또한 경제성장을 위해서는 투자를 통한 자본축적이 중요한데, 링컨 당시는 운하와 마차 같은 교통수단의 기술패러다임이 전환되며 철도가 사회간접자본 건설의 대표 투자처로 등장했던 시기이다. 따라서 대륙횡단철도 같은 대규모 인프라 투자로 경제성장을 견인했다. 물론 1993년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시카고대학의 포겔 교수는 철도가 미국 경제성장에 미친 긍정적 영향이 과거 지나치게 크게 평가됐다는 주장을 제기했다. 하지만 이러한 견해 역시 인프라 투자의 효과 자체를 부정했다기보다는 철도라는 특정 산업에 대한 정부 보조금 투입이 합리화될 정도로 그 효과가 컸는지에 대해 회의적이었다고 해석하는 것이 타당하다.

그리고 홈스테드법은 일정 기간을 거주하며 토지를 개척한 사람에게 연방정부 토지를 무상으로 제공하거나 낮은 가격에 구입할 수 있도록 한 법이다. 현대적으로 해석하면 정부의 공동자원에 개별 소유권을 부여함으로써 일자리를 창출한 것이다. 결국 불평등을 해소하고 저소득층에 대한 일자리를 제공하도록 정부가 재정적으로 역할을 하는 것과 유사한데, 당시 토지의 약 10%가량이 이 법을 통해 분배되었다.

농업이 중요한 환경에서 가장 핵심적인 생산요소 가운데 하나가 토지였음을 감안하면, 의욕이 있는 사람에게 생산요소를 제공한 것이다. 인적자본이 중요한 생산요소인 현대사회에서 의미를 재해석한다면, 인적자본을 축적할 수 있는 교육 기회와 일자리를 제공하기 위해 정부가 적극적으로 역할함을 뜻한다.

결국 링컨은 전쟁 와중에도 생산성 향상의 기초인 과학의 근간을 마련하고 투자를 통한 물적 자본의 기반인 인프라를 조성하며 일자리를 마련하기 위해 노력했고, 그것이 바로 150년이 지난 지금도 기억되고 있는 것이다.

최근 우리 정부는 ‘경제혁신 3개년 계획’으로 여러 정책을 발표했다. 경제혁신으로 성장 동력을 창출하겠다는 기본 방향과 취지는 타당하다. 또한 개별 정책 가운데 중요한 의미가 있는 것도 있다. 그럼에도 여러 부처의 정책을 나열하는 데 그쳤다고 비판받는 이유는 핵심 방향과 주제가 명확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목표와 주제의식이 분명하지 않은 정책의 열거는 실행 추진력을 가질 수 없다.

전쟁의 와중에도 링컨이 잊지 않았던 과학기술, 인프라 투자, 그리고 교육과 일자리에 대한 관심이야말로 현재에도 경제성장을 위해 가장 중요한 주제이다. 경제혁신계획이 실제 경제발전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핵심이 되는 주제의식에 기초해 명확한 정책방향을 잡고 이에 맞추어 실행방안을 설계하는 것이 중요하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