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경의 열매] 폴리 현숙 (5) 미국 노숙인 사역에서 배운 하나님의 사랑법

입력 2014-03-12 01:33


사역자로 부르신 나의 삶을 한 문장으로 말하자면, ‘희망이 보이지 않는 끝없는 길을 하나님만 의지하며 걸어가는 훈련’이라 표현하고 싶다. 주님만 바랄 수밖에 없는 북한 사역. 그 밑거름에는 노숙인 사역이 있었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아름다운 재단을 시작하기 전 미국의 NGO들을 방문한 후 ‘NGO’라는 책을 썼다. 그때 방문한 단체 중의 하나가 폴리 목사가 회장으로 있었던 노숙인 사역단체 LA미션이었다. 북한 사역을 하기 바로 전, 2002년 휴스턴에서 우리는 노숙인 사역을 했다. 노숙인 대부분은 마약 중독자였다. 폴리 목사는 마약을 위해 모든 걸 팔고 목숨을 거는 노숙인들이 하나님을 믿게 되면 주님을 위해서도 목숨을 걸 수 있는 사람들이라고 생각했다.

미국교회로 사역을 옮기면서 폴리 목사는 노숙인 100명 중 6명을 선정해 도왔다. 우리는 이들에게 직장과 집을 구해주고, 살림을 할 수 있도록 모든 것을 챙겨 주었다. 앨프리드라는 청년이 있었다. 나는 그에게 내 차를 빌려 주었다. 그런데 그가 몇 달 후 갑자기 사라졌다. ‘다른 5명처럼 그도 다시 마약 소굴로 돌아간 것이 틀림없어.’ 폴리 목사는 초조해졌다. 누군가 앨프리드가 있는 곳을 알려줘 미국인 장로, 폴리 목사와 함께 마약소굴로 향했다.

겉으로 보기에는 평범한 큰 길이었다. 한 블록을 운전해 들어가니 삭막하고 음침한 모텔이 나왔다. 폴리 목사는 갑자기 차를 돌려 빠져나오면서 “이곳은 위험해요. 주변에 총을 든 사람을 보았는데, 경찰을 부릅시다”라고 말했다.

아직도 기억나는 것은 경찰차가 사이렌을 울리며 우리 차를 안내해 주는 장면이다. 그곳은 ‘ㄷ’자 모양으로 생긴 모텔인데 가운데가 주차장이었다. 그곳에 내 차가 있었다. 경찰 때문에 마약중독자들, 총을 들고 망을 보던 사람들이 모두 숨어 버렸다. 경찰들은 차에서 내려 내 자동차가 주차돼 있는 곳으로 다가갔다. 그런데 내 차가 멀쩡한 것에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대부분 차의 부품을 온통 뜯어 팔아버리는 게 그들의 습성인데, 내 차만 아무 손상 없이 얌전히 마약소굴 한가운데 서 있는 것이었다.

그때 나는 근처에 있던 흑인 여성에게로 갔다. 그녀는 마약으로 눈이 벌겋게 충혈돼 멍한 얼굴로 서 있었다. 마약에 찌들어 눈의 초점이 없어진 그녀. 나는 그녀에게 다가가 “예수님에 대해 들어 본 적이 있어요?”라고 물었다. 폴리 목사는 사람들에게 이때의 상황을 “나는 자동차로 달려가고, 미국인 장로는 경찰에게 달려갔는데, 제 아내는 매춘부에게 달려가더라고요”라고 말하면서 슬그머니 아내 자랑을 한다. 사실 하나님이 하셨다. 나는 하나님께 마음을 열어 놓았을 뿐, 그분이 나를 도구로 사용하신 것을 잘 알고 있다.

잊지 못할 또 한 명의 노숙인이 있다. 28세 된 브렛이다. 그는 우리가 아들로 삼아 함께 두 번이나 2년씩 함께 살았던 청년이다. 해군이었던 그는 알코올 중독자가 돼 차를 부수고 경찰을 폭행한 혐의로 수감됐었다. 마약중독자 6명 중 5명이 다시 마약중독자로 돌아갔고 이 한 명만 남았다. 우리는 그를 아들로 삼았다. 덩치가 엄청 큰 미국인 청년이 나를 장난스럽게 “엄마, 엄마!”라고 한국어로 부르면 그리 나쁘지는 않았다. 그러나 브렛은 차, 직장, 돈, 여자친구 등 자신이 필요한 것을 다 얻고는 우리를 배신하고 온 집을 흔들어놓고 나갔다. 많이 실망하고 아팠지만 우린 사역을 멈출 수 없었다. 사실 이러한 노숙인 사역 과정이 없었다면 북한 사역이 준비되지 않았을 것이다. “인내는 연단을 연단은 소망을 이루는 줄 앎이로다”(롬 5:4)

정리=최영경 기자 ykcho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