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망의 땅 아프리카에 희망을] (2) 멈추지 않는 말라리아의 고통

입력 2014-03-12 01:33


우글거리는 모기… 지금 이순간에도 아이들이 쓰러지고 있다

어두컴컴한 방 안에서 몸을 웅크린 채 잠을 자고 있는 한 소녀. 모기들이 달려드는 것을 막기 위해 모기장을 쳐 놨지만 사용한 지 너무 오래된 탓인지 군데군데 해져 있는 틈 사이로 모기들이 윙윙 날아다닌다. 모기를 잡는 것도, 피하는 것도 역부족인 소녀는 귓가에 들려오는 모기의 날갯짓 소리를 애써 무시하며 잠을 청해 보지만 이내 밀려오는 말라리아에 대한 공포를 지워버리기는 어렵다. 며칠 전, 말라리아에 걸린 친구가 고열과 호흡곤란에 시달리다 결국 목숨을 잃었기 때문이다.

아프리카를 위협하는 말라리아의 공포는 항상 현재진행형이다. 아프리카 전역을 휩쓸고 있는 말라리아를 퇴치하기 위해 전 세계 NGO들이 발 벗고 보건소 건축, 방역, 모기장 보급 등 다각적인 활동을 펼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아프리카의 만성적인 빈곤과 척박한 자연환경은 말라리아를 뿌리 뽑지 못하는 주범이 되고 있다.

지금 아프리카는 모기와의 전쟁 중

말라리아는 왜 유독 아프리카에서 많이 발생하는 것일까. 그것은 아프리카의 열대기후와 저개발 환경에 기인한다. 많은 사람들이 말라리아가 세균 감염에 의해 발병하는 것이라고 오해하고 있지만 사실 말라리아는 혈액에 기생하는 기생충의 일종이다. 말라리아 기생충을 가진 모기가 사람을 물면 짧게는 1주, 길게는 1년 후에 서서히 말라리아 증상이 나타나기 시작한다.

마치 몸살에 걸린 것처럼 고열, 호흡곤란, 두통, 구토를 동반하다 이내 황달, 쇼크, 의식 장애, 마비 등의 급성 뇌증으로 이어지고 심각하면 사망에 이르게 된다. 이러한 말라리아 모기가 번식하는 데 아프리카 열대기후는 최적의 조건을 갖고 있다. 그럼에도 아프리카 대부분의 나라가 방역 체계나 위생 시설이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아 모기 박멸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여기에 아프리카의 오염된 물이 말라리아를 부추겨 심각한 상황을 초래하게 만든다. 더러운 물 웅덩이에서 많은 말라리아 매개유충이 기생하고 있기 때문. 오랜 시간 동안 가뭄을 겪어 온 아프리카의 주민들은 더러운 물 웅덩이 하나를 찾기 위해 땡볕 아래 척박한 길을 1∼2시간 걷고 또 걸어야 한다. 비록 흙탕물이라고 할지라도 이들에게는 절실한 생명수이기에 심지어 가축과 함께 한 웅덩이에서 물을 마시기도 한다.

별도의 정수 처리 없이 바로 마시고 생활용수로 사용해야 하는 아프리카의 이웃들은 자연히 말라리아를 비롯한 각종 수인성 질병의 위험에 그대로 노출되어 오늘도 숱한 생명들이 스러져 가고 있다.

가뭄을 겪지 않는 나라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다. 인구가 1만2150명인 콩고민주공화국(이하 DR콩고) 킨샤사시 무상구 마을 식수원은 우물 하나뿐이다. DR콩고를 휩쓴 내전 이후 신생마을이 우후죽순 생겨났지만 그에 필요한 공중보건체계가 제대로 갖춰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많은 사람들이 하나의 식수원을 사용하다 보니 깨끗하고 충분한 물 공급이 어려운 것은 당연지사. 주민들의 건강을 책임져야 할 식수원이 오히려 말라리아 모기의 근원지가 되고 말았다.

말라리아를 퇴치하기 위해서는 원인 제거, 예방, 치료가 동시에 이루어져야 한다. 말라리아 모기가 서식하는 더러운 물 웅덩이와 척박한 자연 환경을 위생적으로 개선해야 하고, 각 가정마다 살충처리 된 모기장을 사용해 집에 모기가 유입되는 것을 막아야 한다. 그럼에도 모기에 물려 말라리아에 걸렸다면 즉시 보건소나 병원을 방문, 치료약을 먹어 심각한 상황을 방지해야 한다.

하지만 아프리카에서는 세 가지 방법 모두 실천하기 어렵다. 물 웅덩이에 알을 낳으며 서식하는 말라리아 모기를 원천적으로 차단하는 것이 쉽지 않은 데다 살충 모기장을 보급 받았더라도 시간이 흘러 그 기능이 약해지거나 그물망에 작은 흠집이라도 생기면 기능을 잃어버리게 된다.

또 말라리아 치료약을 받기 위해 보건소에 가더라도 하루 생계비보다 훨씬 비싼 말라리아 약을 사는 것은 감당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말라리아 감염률이 무려 97%에 달하는 DR콩고의 경우, 지역 주민들의 하루 생계비가 약 1500콩고프랑(약 1800원)에 불과한 데 비해 말라리아 진료비는 8950콩고프랑(약 1만원), 말라리아 치료약은 1000콩고프랑(약 1200원)이다.

말라리아를 퇴치하기 위한 노력들

굿피플은 DR콩고 킨샤사시에 말짱센터를 지어 DR콩고 지역주민들을 대상으로 말라리아와 장티푸스 감염 여부를 체크하는 혈액검사를 실시, 치료약을 보급하고 있다. 여기에 기초 위생 보건교육, 모기장 보급 및 사용 교육, 방역활동을 활발히 펼치고 있다.

현재 무상구 마을을 포함한 8개 마을(무상구, 인질리, 낀꼴레, 킨수까, 마시나, 미텐디, 마떼떼, 끼생소)에서 3주에 한 번씩 이동검진차량을 운영하고 치료약을 배분함으로써 내과·산부인과·치과·소아과 진료 및 X선 촬영 등 전방위적인 의료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또 케냐, 우간다, 르완다 등 아프리카 곳곳의 굿피플 지부에서 정기적인 방역 활동을 펼치고 보건위생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또 각 가정마다 특수 살충 모기장을 보급하는 등 말라리아 퇴치를 위해 앞장서고 있다. 특히 살충 모기장은 영구적인 예방 방법이 아니기 때문에 일회성 사업으로 끝내지 않고 지속적 지원이 가능하도록 노력하고 있다.

최근 케냐와 DR콩고를 직접 방문해 사업 점검 및 후속 계획을 논의하고 돌아온 굿피플 안정복 회장은 “아프리카에 도착하니 마을 주민 수에 비해 위생 시설이 터무니없이 적은 것을 확연히 볼 수 있었다. 작은 우물 하나에 수십 명의 사람들이 줄을 서서 물을 뜨는데 도저히 그냥 마실 수 있는 깨끗한 물이 아니었다. 그 물을 마시면 배탈이 나거나 피부병이 생길 것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이 물조차 없다면 당장 생존이 어렵기 때문에 마실 수밖에 없는 그들의 상황이 가슴 아팠다”고 전했다. 또 “질병으로 고통받는 사람들을 치료해주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먼저 사람들이 질병에 걸리지 않도록 예방하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는 것을 피부로 느꼈다”고 설명했다.

“1만원짜리 모기장 하나가 한 가정의 삶을 지킵니다”

매년 15만명의 5세 이하 아프리카 아이들이 말라리아로 인한 고열로 사망하고 있다. 말라리아는 빠른 시일 내에 치료를 받으면 간단히 회복될 수 있는 병임에도 불구하고 수많은 아이들이 신속한 진단과 치료를 받지 못해 소중한 생명을 잃는다. 특수 살충 처리된 모기장 하나는 우리 돈 1만원. 이 모기장 하나가 아프리카 4인 가족을 5년 동안 안전하게 지킨다.

예수 그리스도의 고난을 기억하는 사순절 기간, 언제 어떻게 생명을 잃을지 알 수 없어 미래를 불안해하는 아프리카 이웃들이 있다. 그들이 늘 느끼는 말라리아의 공포가 하루빨리 사라지고 건강한 내일을 지켜나갈 수 있도록 우리 모두가 따뜻한 마음을 모아야 할 때 이다.

김무정 선임기자 kmj@kmib.co.kr

생명지키기 동참하세요

◇굿피플은 유엔경제사회이사회 특별협의지위 국제구호개발 NGO로서 소외지역개발, 빈곤퇴치, 아동보호, 교육, 질병예방 및 치료, 긴급구호 등 다양한 사업을 전개하고 있습니다.

△일시후원 : 우리은행 1005-502-128597 (예금주 : 사단법인 굿피플 인터내셔널)

△ARS : 060-700-1544 (한 통화 1만원)

△후원문의 : 02)783-2291· www.goodpeople.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