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국가조찬기도회서 성경 든 박근혜 대통령… 우리도 손에 성경을 들자

입력 2014-03-11 11:08 수정 2014-03-11 15:59

지난 6일의 제46회 국가조찬기도회는 근래 보기 드문 감동의 영적 축제였다. 은혜로운 설교로 아멘과 박수가 끊이지 않은 이날 집회에서 목회자들과 성도들이 받은 신선한 충격과 감동의 압권은 박근혜 대통령이 성경을 들고 예배에 참석한 모습이었다. “참 보기 좋다!” “정말 감동스럽다!”는 탄성이 여기저기서 터져 나왔다. 더욱이 순서지에 의존하지 않고 설교 본문을 성경에서 직접 찾는 대통령의 성의 있는 모습에서 기도회에 임하는 진정성이 돋보였다.

물론 예배의식에 참석하는 회중이 성경을 휴대하는 것은 당연한 일로서 놀라울 것이 없다. 나라를 지키는 군인에게 무기가 몸의 일부이듯이, 영적인 군인인 크리스천에게 하나님의 말씀인 성경은 언제나 지녀야 할 영적인 무기요 생명이다. 그러나 한 국가의 최고 지도자인 대통령으로서 기독교의 공식적인 행사에 성경을 들고 임석하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을 것이다. 상당한 용기와 결단이 필요한 일이었다고 생각한다. 이날의 ‘국가와 대통령을 위한’ 한국교회의 기도가 과거 어느 때보다 간절하고 뜨거웠던 것도 바로 성경을 손에 들고 예배에 임한 대통령의 겸손한 모습 때문이었다. 이날 대통령이 가지고 온 성경은 지난해 7월 청와대에서 있었던 기독교지도자초청 오찬 때 선물로 받은 성경이어서 더욱 빛이 났다.

대통령의 이러한 모습을 보면서, 필자도 언제나 성경을 휴대하겠다는 다짐을 새삼 하게 됐다. 한국교회 목회자들과 성도들도 부지런히 성경을 손에 들어야 하겠다. 언젠가부터 교회는 성경휴대를 소홀히 하는 풍조를 보이고 있다. 성도들도 그렇거니와 말씀 증거를 사명으로 하는 목회자들마저 손에 성경을 들고 다니는 것을 불편하게 생각하는 것 같다. 사도 바울이 초대교회 수난의 시대에 “나는 복음을 부끄러워하지 않는다”(롬1:16)고 성도들을 경성시켰던 것처럼, 오늘의 이러한 풍조는 결과적으로 복음을 부끄럽게 여기는 일에 다름 아니다.

물론 우리가 살고 있는 시대환경이 성경휴대를 별로 중요하지 않게 만드는 면도 없지 않다. 정보기술(IT)의 발달로 성경과 찬송을 대체할 수 있는 첨단 시청각 시스템을 교회마다 경쟁적으로 도입함으로써 그야말로 ‘논바이블 채플’이 일반화되고 있는 실정이다. 게다가 ‘손 안의 도서관’이라 할 스마트폰의 범람으로 말미암아 목회자들부터 기계에 의존해 성경 본문과 찬송가를 찾아 예배를 드리는 추세로 이행하고 있는 것이다. 세태가 이러다 보니 주일예배나 외부 행사시에 성경을 들고 다니는 신자는 어딘가 시대에 뒤쳐진 사람처럼 치부되기도 한다.

그러나 아니다. 이러한 시대풍조가 잘못된 것이지 성경을 지참하는 신자의 모습은 참으로 아름다운 것이다. 교회 세속화의 한 단면이 바로 성경을 소홀히 하는 ‘빈손 목회자’요, ‘빈손 성도’들이다. 성경을 들지 않은 교회의 지도자는 세상의 지도자와 다를 바 없으며, 성경을 들지 않은 신자는 일반 시민과 구별될 것이 없다. 교회가 세상으로부터 비난을 받는 것은 바로 우리가 세상과 구별된 삶을 살지 않기 때문이다. 이 심각한 세속화시대에 교회마저 세속화된다면 세상의 소망이 어디 있겠는가. 이 어두운 밤에 교회가 빛을 비추지 못한다면 무엇이 세상을 밝힐 것인가.

필자는 이번 국가조찬기도회에서 성경을 손에 든 대통령으로 말미암아 기독교 복음이 세상에 효과적으로 전파됐다고 생각한다. 그리스도의 종 된 우리들이 성경 들기를 소홀히 하니 하나님께서는 국가의 최고지도자로 하여금 성경을 들게 하신 것이리라. 스마트폰을 든 성도들보다 ‘성경을 든 대통령’을 통해 하나님은 더 영광을 받으셨을 것이다.

“크리스천에게는 세상을 향해 자신을 드러내는 분명한 배지(표지)가 있어야 한다.” 프란시스 쉐이퍼의 경구를 새롭게 들어야 할 때다. 우리도 손에 성경을 들자.

김성영(백석대 석좌교수·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