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거 위조’ 국정원 압수수색] 檢 진상조사팀 ‘제 식구’ 수사에는 미적

입력 2014-03-11 01:34 수정 2014-03-11 03:38

검찰 진상조사팀이 간첩사건 증거위조 의혹과 관련해 국가정보원을 겨냥하며 전면 수사에 나섰지만 수사와 공소유지를 담당했던 ‘서울중앙지검 공안1부’에 대해서는 미적대는 모양새다. 검찰은 “진상조사 차원에서 해당 검사들을 조사했지만 범법 행위는 발견되지 않았다”고 했다. 그러나 검찰 수사팀이 증거의 신빙성을 의심했던 정황이 여러 곳에서 발견돼 개입·묵인 의혹이 제기된 상황이다.

검찰은 지난해 9월 말과 10월 중순 내용이 서로 다른 2개의 출·입경기록을 국정원으로부터 건네받았다. 전자는 ‘출-입-입-입’이, 후자는 ‘출-입-출-입’이 적혔다. 두 문서 모두 선양 주재 이모 영사가 날인한 영사증명서가 첨부됐다. 검찰은 그러나 9월 말 받은 문서는 발급처가 표시되지 않았고 관인도 없다는 점을 들어 증거능력이 없다고 판단, 10월 중순 받은 문서를 11월 1일 법원에 증거로 제출했다. 중국 당국이 위조됐다고 확인한 문제의 출·입경기록이다.

그런데 검찰은 이 출·입경기록을 법원에 제출하기 1주일 전인 지난해 10월 24일 허룽시 공안국에 ‘출·입경기록 발급사실 확인서’를 요청하는 공문을 발송했다. 이때는 피고인 유우성(34)씨 측이 검찰 문서의 내용을 몰라 증거위조 의혹을 제기하기 전이다. 검찰이 서로 모순되는 내용의 기록을 인계받은 뒤 문서의 공신력을 의심했다는 추측이 가능한 대목이다. 게다가 검찰은 발급사실 확인서가 도착하지 않아 문서의 신빙성을 입증하지 못한 상태에서 이를 증거로 제출했다.

검찰은 출·입경기록을 확보하기 전인 지난해 10월 2일 항소심 1차 공판 때 이미 재판부에 “출·입경기록을 확보해 제출하겠다”는 입증계획서를 제출했다. 검찰은 지난해 9월 외교경로를 통해 문서를 요청했다가 중국 당국으로부터 “발급 전례가 없다”며 공식 거절당한 상태였다. 특히 검찰이 10월 중순 받은 유씨 출·입경기록의 발급일자는 ‘지난해 9월 26일’로, 검찰이 증거 배제 판단한 출·입경기록(9월 말 문서) 인계 시점과도 비슷하다. 검찰이 입증계획서를 제출할 당시 이미 국정원이 서로 다른 내용의 출·입경기록을 확보했다는 사실을 인지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뜻이다.

더구나 공안수사는 국정원이 첩보 입수 후 기초 자료를 수집하고 1차 수사를 진행한 뒤 송치하면 검찰이 기소하는 구조다. 하지만 유씨 사건의 경우 검찰이 첩보 단계에서부터 국정원과 협의하고 수사 방향을 정하는 식으로 사건에 관여해 왔다. 사실상 공안수사에서 국정원과 검사는 ‘동지’ 관계인 셈이다. 검찰에 대한 책임론이 불거져 나올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이에 대해 검찰 관계자는 “서울시 공무원 간첩사건 수사는 국정원이 자료를 들고 오면 검사가 1차 검증해 (의심스러운 증거는) 되돌려 보내는 방식으로 진행됐다”고 말했다.

전웅빈 기자 im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