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액 검사만으로 알츠하이머 조기 진단 가능
입력 2014-03-11 01:33
2∼3년 후 알츠하이머 치매의 발병 가능성을 비교적 정확히 예측할 수 있는 간단한 혈액검사법이 개발됐다.
미국 조지타운대 하워드 페더로프 박사가 이끄는 연구팀은 혈액 속 10개의 지질(lipid) 수치가 치매의 전단계인 경도인지장애(MCI)나 초기 치매와 관련이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정확도는 90% 이상으로 연구 결과는 영국 의학전문지 ‘네이처 메디신(Nature Medicine)’ 최신호에 발표됐다고 BBC 등이 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연구팀은 70세 이상 노인 525명의 혈액 샘플을 연구기간 5년 동안 추적·분석했다. 이 중 28명은 연구기간 동안 치매 증상이 나타났고, 46명은 이미 연구 초반에 치매 초기이거나 경도인지장애 확진을 받았다. 연구팀은 이들과 별도로 53명의 건강한 사람과 다른 53명의 치매 환자의 혈액 분석 결과를 갖고 있었다. 연구팀은 연구기간 치매 증상이 나타난 28명의 10개 지질 수치는 정상인에 비해서 현저히 낮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페더로프 박사는 “4000여개의 생물지표 가운데 10개의 지질이 3년 이내에 치매 발병 가능성을 알려주는 지표라는 점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알츠하이머 병은 치매 증상이 나타날 때까지 보통 10년 이상이 걸린다. 이미 증상이 나타났을 때는 치료가 불가능하다. 조기에 치매 가능성을 확인하고 대처하는 것이 중요하다. 자기공명영상(MRI) 등을 통해 조기 진단이 가능하지만 비용이 많이 든다.
영국 알츠하이머 연구재단의 사이먼 리들리 박사는 “이번 혈액 검사법은 치매 치료에 뚜렷한 진보”라고 평가했다. 하지만 치매 가능성을 미리 안다고 무조건 좋은 것만은 아니다. 펜실베이니아대 제이슨 칼라위시 박사는 “치매 가능성을 미리 안다면 은퇴시기를 조정하거나 남은 생의 계획을 미리 세울 수 있는 이점이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알츠하이머 유전자를 갖고 있다는 것을 아는 사람은 자신의 인지 능력이 정상인에 비해 떨어진다고 평가하는 경우가 많고, 다른 사람이 치매 가능성을 알 경우 사회적 편견도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맹경환 기자 khmae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