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기자-이경원] 개인정보 보호, 아직 갈 길 멀다
입력 2014-03-11 01:33
서울 송파구는 지난 7일 주·정차과태료 고지서 반송분의 공시송달 공고를 수정해 게시했다. 차주 성명 가운데 글자와 차량번호의 마지막 숫자가 별표(*)로 처리됐다. 분(分)과 건물 단위로 공개되던 단속일시와 장소, 차주의 주소는 아예 고시공고에서 빠졌다.
경기도 용인시 수지구도 거주불명등록자 행정상 주소 이전 직권조치 공고를 고쳐 등록했다. 성명과 주민등록번호, 상세 주소까지 여과 없이 노출하던 공고문은 간략해졌다. 이름은 별표 처리됐고, 주민등록번호가 사라진 자리에는 생년월일만 적혔다. 상세 주소는 도로명 단위까지만 공개됐다(표참조).
관공서가 정부 지침을 어기고 주민등록번호·차량번호 등 개인정보를 유출하는 행태(국민일보 3월 7일자 1·3면 참조)에 대해 전문가들은 처음에는 취재 결과를 불신했다. 금융감독원의 한 고위 관계자는 “주민등록번호만 있다면 대포폰을 바로 만드는 세상인데, 설마 구청이 주민등록번호를 공개했겠느냐”고 기자를 타일렀다. “관공서가 사기범을 돕는다는 얘기냐”고 반문하는 이도 있었다.
놀란 가슴은 그저 국민의 몫일 뿐, 개인정보를 집적하는 이들은 여전히 사태의 심각성을 모른다. 태평한 지자체의 고시공고, 자고나면 발생하는 대규모 유출사고가 이를 증명한다. 지자체가 정보보안 지침을 어겨도 관심이 없던 주무부처 장관은 이 정국을 놔두고 선거판으로 갔다. “내 개인정보는 공공재가 된 것 같다” “KT는 ‘고객(K)을 털자(T)’의 약자다” 등 보도 이후 기자의 이메일 계정에 와 닿은 울분은 끝이 없었다.
10일 정부가 개인정보 유출 재발방지 종합대책을 발표했지만 갈 길은 멀다. 호들갑만 가득, 실효성은 없는 재탕 대책이라는 비판이 벌써 나온다. 고려대 임종인 정보보호대학원장은 “도대체 모두 보안의 개념이 없다”고 촌평했다. 서울시청은 아직도 차량번호와 차종을 모두 적은 공고를 놔두고 있다.
경제부 이경원 기자 neosar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