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첩사건 증거조작 후폭풍] 지방선거 악영향 노심초사 vs 박 대통령 겨냥 파상공세
입력 2014-03-11 01:38
여권은 서울시 공무원 간첩 사건의 증거 위조 정황이 속속 드러나자 초긴장 상태에 돌입했다. 가뜩이나 살얼음판 양상으로 전개되는 6·4지방선거에 직격탄이 될까 노심초사하는 기류가 읽힌다. 여당 일각에서는 남재준 국가정보원장이 사퇴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진땀 빼는 여당, “남재준 사퇴” 목소리도=새누리당은 일단 공개적으로는 야권의 특검 도입 요구를 일축하고 엄정한 검찰 수사를 촉구하면서 정치쟁점화를 차단하는 데 주력했다. 이혜훈 최고위원은 10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검찰은 국민적 의혹이 단 한 점도 남지 않도록 철저하고 공정하게 수사해야 한다”며 “사즉생(死卽生)의 각오로 임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김재원 전략기획본부장은 MBC 라디오에서 “국정원 직원의 책임이 있다면 사법절차상 아주 엄벌에 처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중진차출론을 비롯해 총력을 쏟아부어 지방선거를 준비하던 새누리당은 내부적으론 곤혹스러운 표정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이 직접 유감까지 표명하는 등 상황이 급박하게 돌아가자 국정원 개혁론을 넘어 남 원장의 책임론을 거론하는 목소리도 공개적으로 나왔다. 이재오 의원은 페이스북에 “국정원의 증거 위조 논란에 대해 남 원장이 책임지고 사퇴하는 것이 국민에 대한 공직자의 바른 자세이고 대통령의 유감 표명에 상응하는 처사”라는 글을 남겼다. 이 의원은 “증거 위조로 간첩을 만드는 시대는 이미 한참 지났다”며 “시대를 거꾸로 돌리려는 어떠한 공작도 국민들은 용납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다른 의원은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국정원이 무엇을 하고 다니는 건지 도무지 모르겠다. 박근혜정부 출범 이후 상황 관리를 제대로 하지 못하는 남 원장이 여권에 상당한 부담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파상공세 야권 “남재준 해임에 특검까지”=민주당 김한길 대표는 국회에서 열린 새정치연합과의 신당추진단 분과위원장 회의에서 “국정원의 대공수사권을 검찰이나 경찰에 이관해야 마땅할 것”이라고 재차 압박했다. 김 대표는 앞서 당 최고위원회의에서는 “국정원이 이렇게까지 망가진 것에 국민들이 경악하고 있다. 박 대통령과 새누리당이 그토록 비호한 국정원이 이제 사법질서를 파괴하고 있다”며 박 대통령을 직접 겨냥했다. 또 “국정원 동조 의혹이 있는 검찰의 수사는 신뢰를 못 받을 것”이라며 특검 도입을 거듭 요구했다.
남 원장의 해임을 촉구하는 목소리도 쏟아냈다. 전병헌 원내대표는 최고위원회의에서 “검찰 수사 결과와 관계없이 남 원장은 책임지고 사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신경민 최고위원은 “남 원장이 진정한 군인이라면 이 국면에서 내릴 선택과 결정이 무엇인지 알 것”이라고 압박했다.
무소속 안철수 의원도 기자들과 만나 “남 원장을 해임하는 게 마땅하다. (18대 대선 때) 정치 글 사건은 지난 정부의 일이라고 하지만 이번 사건은 현 정부, 현 국정원장이 책임질 일”이라며 “검찰도 (증거조작) 당사자다. 특검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유성열 김아진 기자 nukuv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