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동네의원 10곳 중 3곳 휴진… 의료대란은 없었다

입력 2014-03-11 02:33


우려했던 파행은 없었다. 동네의원의 하루 집단휴진이 강행된 10일 서울 강남 일대를 돌며 확인해본 결과 의료기관 12곳 중 문을 닫은 곳은 1곳뿐이었다. 마포역 인근도 상황은 엇비슷했다. 의원 11곳 중 2곳만 휴진에 동참했다. 인근 약사들도 “평소와 다른 점이 없다”고 입을 모았다.

◇누가 얼마나 참여했나=원격진료 및 의료영리화에 반대하는 대한의사협회의 집단휴진에 대한 동네의원들의 실제 참여율은 예상보다 저조했다. 동네의원 10곳 중 2곳 정도만 실제로 문을 닫았다.

보건복지부가 전국 254개 보건소를 통해 전수조사한 결과 전국 2만8660곳 동네의원 가운데 5991곳만 전일 휴진에 동참해 휴진율은 20.9%였다. 서울(14.2%)의 낮은 참여율이 결정적이었다. 상대적으로 부산(47.4%) 경남(43.0%) 제주(37.1%) 등은 참여율이 높았다.

뜻밖인 건 전공의들(인턴·레지턴트)의 참여 열기였다. 전국 250여곳 병원에서 수련하는 1만7000명 전공의 가운데 절반(42%)에 육박하는 63개 병원 7200명이 파업에 참여했다(정부 집계 1만5500명 중 60개 병원 4800명, 참여율 31%). 이중 3160명은 신촌세브란스, 고려대 안암·구로·안산, 이대목동, 강남차병원 등 서울 대형병원 전공의들이었다.

◇발길 돌린 환자들=전공의의 빈자리로 일부 병원에서는 평소보다 외래진료 대기시간이 2∼3배 길어지기도 했다. 이날 오전 서울 송파구 국립경찰병원을 찾은 신모(58·여)씨는 “오전 11시30분 예약이었는데 1시간 가까이 기다려야 했다”며 “전공의들이 (휴진 참여로) 빠져서 내과과장이 입원 환자들까지 보느라 늦어진다고 하더라”고 말했다.

전공의 인력이 빠지면 직격탄을 맞는 건 수술 일정이다. 다행히 하루 파업이어서 파행은 드물었다. 신촌세브란스병원에서 퇴행성관절염 수술이 예정됐던 어머니를 모시고 온 권모(42)씨는 “어제까지만 해도 담당 의사가 ‘수술이 예정대로 진행될지 모르겠다’고 말해 걱정이 많았는데 스케줄대로 수술이 잘 끝났다”고 말했다. 신촌세브란스병원에서는 540명 전공의 중 200명이 파업에 동참했다.

동네의원에서도 발길을 돌린 환자들은 있었다. 이날 낮 서울 여의도 I타워에 입주한 한 산부인과 의원 앞에는 정기검진을 받으러온 20∼30대 여성 둘이 10여분 간격으로 방문했다가 ‘휴진합니다’라는 안내문을 보고 발길을 돌렸다.

◇향후 협상 전망은=정부는 강경 분위기다. 박근혜 대통령이 의사협회의 집단휴진을 “비정상적인 집단이익 추구”로 규정한 데 이어 현오석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비뚤어진 직역 이기주의”라고 비난했다.

복지부는 휴진 의원에 대해 즉각 ‘업무정지 15일’의 행정처분에 착수하겠다는 입장이다. 권덕철 보건의료정책관은 “전국 보건소별로 휴진한 의원들에 대한 채증 활동이 이뤄졌다. 24일 전면파업 전까지 절차에 따라 행정처분이 내려질 수 있도록 하겠다”며 “적극적 주동자에 대해서는 추가 고발조치에 들어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복지부는 하지만 집단휴진의 불씨를 제공한 의료법 개정안의 국무회의 상정을 당분간 보류하기로 했다. 원격진료 허용을 골자로 하는 의료법 개정안은 당초 11일 국무회의에 상정될 예정이었다.

문수정 황인호 박요진 기자 thursda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