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초선거 무공천 신당] 기초단체장 선거판 요동… 새누리 ‘반색’ 신당 ‘찜찜’

입력 2014-03-11 03:48


민주당과 무소속 안철수 의원이 창당하는 통합신당이 기초선거 무공천을 선언하면서 시장·군수·구청장을 뽑는 기초단체장 선거판이 요동치고 있다. 특히 무공천에 따른 야권 후보의 불리함과 후보 난립 가능성이 불거지면서 기초단체장을 준비하던 도전자들은 속속 발길을 돌리고 있다. 공천을 못 받는 기초의원이나 단체장보다 차라리 공천을 받을 수 있는 광역의원을 선호하는 일도 발생하고 있다.

◇도전자는 속속 유턴=민주당은 지난 2010년 지방선거에서 서울·경기도·인천 등 수도권 66곳 가운데 46곳을 차지했다. 현재 서울의 경우 구청장 25명 중 19명이 민주당 소속이다. 2010년 구청장 선거에서 21명의 민주당 후보들이 승리했으나 이후 2명은 선거법 위반으로 자리를 내놓았다.

이번 지방선거를 앞두고 통합신당은 새누리당에 비해 낮은 정당 지지율, 무공천에 따른 혼란과 분열로 이번 수도권 단체장 선거에서 참패할 수 있다는 위기감이 크다.

이런 위기감은 현역 단체장들의 프리미엄을 강화시켜주는 결과를 낳고 있다. ‘새누리당 단일후보 대 민주당 출신 현역 단체장 대 통합신당 성향 무소속 후보들’이 맞붙는 다자구도에서는 정치 신인들이 불리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서울의 경우 지난달 말까지만 해도 민주당 소속 현역 시의원 10명 정도가 구청장 출마 의사를 내비쳤으나 무공천 발표 이후에는 동작구청장에 도전하는 서울시의회 강희용 의원 등 두 명만이 남았다고 한다. 강 의원은 10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무공천으로 누가 누군지도 모르는 상황이 된 것은 사실”이라며 “다소 시간이 지나면 주민들이 통합신당의 취지에 부합하는 인물, 참신하고 능력 있는 인물을 찾아낼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텃밭인 광주 역시 상황은 비슷하다. 광주시당 관계자는 “시의원들이 구청장을 하려다가 다시 시의원으로 돌아서는 사람이 꽤 있다”며 “무공천 발표 이후 시의원들의 기가 많이 꺾였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기초의원이나 단체장보다 공천을 받는 광역의원의 경쟁이 더 치열해졌다”고 귀띔했다. 광주시의회 무소속 진선기 의원은 “현역 의원·구청장·시장 등 민주당 기득권 세력만 유리하게 됐다”고 지적했다.

◇현역들도 딜레마…합종연횡 및 단일화 진통 극심해질 듯=현역 단체장들은 딜레마에 빠졌다. 수도권 단체장들의 경우 당초 무공천을 선호하는 흐름이 있었다. 당 지지율이 낮으니 정당 번호를 떼고 현역 프리미엄을 살려 새누리당 후보와 붙으면 승산이 크다는 계산이다. 그러나 새누리당은 공천을 하고, 민주당만 공천을 안 하게 되면서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경기도에 지역구를 둔 한 의원은 “재앙적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며 “현역 절반이 살아 돌아오기도 쉽지 않다”고 우려했다. 다른 민주당 관계자도 “만일 야당 성향의 무소속 후보가 출마해 지지율 10%만 가져가도 현역 단체장들의 당선이 어려워질 수 있다”고 말했다. 수도권은 여야 간에 득표율 격차가 크지 않기 때문에 근소한 표차로 낙선하는 현역 단체장들이 속출할 수 있다는 것이다. 새정치연합 출신 후보들의 출마 움직임도 민주당 소속 현역 단체장들을 긴장시키고 있다. 기초의회의 경우 민주당이 수도권 곳곳에서 다수당 지위를 잃을 것이라는 분석이 우세하다.

현역 단체장들은 무소속 후보들과 야권 단일화를 추진하는 등 사전 교통정리에 적극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이 과정에서 후보 매수 등 각종 불법 행위가 벌어지거나 야권 내부 갈등이 폭발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엄기영 정건희 기자 eo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