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의사들, 이래도 되나] 짜증… 막말… 인술은 없었다

입력 2014-03-11 02:33 수정 2014-03-11 10:05


이모(43)씨는 지난 1월 21일 밤 10시40분쯤 아들 민준(가명·6)군이 구토와 함께 경련 증상을 보이자 자택 인근 서울 중랑구 신내로 서울의료원으로 아들을 데려갔다. 병원에서는 “열성 경련인지 간질인지 모르겠다”며 안정제를 투약했지만 증세가 호전되지 않자 대형 병원으로 이송해야겠다고 결정했다.

1시간여 후부터 민준 군의 호흡이 가빠지고 의식이 없어졌다. 이씨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곤 “아직 병원 못 찾았느냐. 아이를 살려 달라”고 재촉하는 것뿐이었다. 의료진은 백방으로 민준 군을 돌봐 줄 병원을 찾았다.

2시간 만인 22일 오전 1시30분 강동구 동남로 강동 경희대병원으로 이송이 결정됐다. 아이는 호흡 곤란으로 기도 삽관을 하고 산소마스크를 쓴 상태였다. 안정제를 6회나 투여했지만 의식이 없었고 경련은 멈추지 않았다. 이씨는 서울의료원 의료진과 함께 황급히 아이를 구급차에 태웠다.

이송 통보를 한 뒤 오전 1시50분쯤 강동 경희대병원에 도착했지만 응급실 앞에는 의료진이 보이지 않았다. 당황한 이씨는 구급차량 운전기사에게 “혹시 다른 병원으로 옮겨야 할 수도 있을 것 같다. 조금만 기다려 달라”고 말한 뒤 응급실로 들어섰다.

10여분 뒤 소아과 의사가 내려왔다. 이씨는 “의사가 내려오자마자 ‘얘는 어디서 날아온 거야? 참나. 왜 우리병원으로 왔어?’라며 짜증을 냈다”며 “의사가 아이 상태를 보지도 않고 차트만 넘겨보더니 ‘고칠 수 있냐’라는 질문에 ‘고칠 수 없다’고 하더라”고 말했다. 이씨는 “내가 책임질 테니 병원을 옮기겠다”고 한 뒤 아이를 구급차에 다시 태워 송파구 올림픽로에 위치한 서울아산병원으로 향했다. 이송 여부를 확인하다가는 시간이 지체돼 아이를 잃을 수도 있다는 생각에서였다.

아산병원 의료진은 “기도 삽관 때문에 호흡이 힘들어 보이니 빼겠다”며 응급 처치를 했고, 민준이는 곧 몸을 움직이며 깨어나기 시작했다. 다행히 간질이 아닌 단순 경련이었다.

강동경희대병원 응급의학과 정모 교수는 이씨가 서울시 민원 게시판에 항의글을 남기자 서면으로 “당시 응급실에 내려온 소아과 전공의가 환자의 상태가 중한 데 놀라 ‘날아왔다’라는 표현을 쓴 것 같다”며 “흔히 병원 현장에서 이 같은 표현을 쓰는데, 친숙한 응대를 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답변했다.

이씨는 “1분1초가 급한 상황에서 이송 병원을 찾는 데 2시간이 흘렀고, 해당 병원에서는 환자의 기본 정보도 제대로 숙지하지 못한 상태였다”며 “아이를 보지도 않고 ‘고칠 수 없다’고 말할 바엔 병원에서 환자를 받지 말아야 하는 것 아닌가”라며 분통을 터뜨렸다.

김유나 기자 spri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