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초선거 공천 새누리] 기호 2번 없는 1번… ‘공천이 곧 당선’기대감

입력 2014-03-11 02:32

통합신당의 기초단체장·기초의원 무공천으로 ‘기호 2번 없는 1번’을 배정받게 된 새누리당 예비후보들 사이에서 ‘공천은 곧 당선’이라는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후보가 많으면 유권자들이 결국 지지 정당에 따라 표를 던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일부 지역에선 벌써부터 현역 국회의원이 특정 인물을 낙점했다는 소문이 돌거나 예비후보들끼리 네거티브 공세를 벌이는 등 과열 분위기도 감지된다.

10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등록을 마친 기초단체장 예비후보자는 630명으로 이 중 새누리당이 394명이다. 민주당(82명)과 무소속(123명)을 합친 것보다 많다. 기초의원 예비후보도 1824명 가운데 새누리당이 908명으로 과반이다. 현재 기초단체장 선거구는 226곳, 기초의원 선거구는 1034곳이다.

아직 당내 경선 등 공식 일정이 시작되지도 않았는데 예비후보들 간 신경전도 가열되고 있다. 수도권의 한 의원은 “요즘은 주머니에서 청첩장이라도 한 장 꺼내면 금세 돈 뿌리고 다닌다는 소문이 돈다”면서 “자리는 한정돼 있고 정치 지망생은 넘쳐나는 데다 새누리당은 기호 1번이라는 프리미엄까지 있어 경쟁이 치열한 것 같다”고 전했다. 경기지역 당협위원장은 “사실 후보들끼리 다투지 말고 잘 해보라 이야기할 수도 있는 건데 워낙 민감한 때라 받아들이는 후보 입장에선 오해를 할 수 있다”면서 “입조심하고 행동도 조심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새누리당은 청와대 비서관의 시·도의원 출마 신청자 면접 의혹이 불거진 뒤 의원들의 처신 단속을 주문하고 있지만 현장에선 공공연히 내정설도 나돈다. 서울 지역 시의원 선거를 준비 중인 한 인사는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정치 신인이 진입하기에는 벽이 너무 높다”고 털어놓았다. 그는 “당에서 상향식 공천을 한다고 공언해도 지역에 가보면 국회의원이나 당협위원장의 자기사람 밀기가 조직적으로 벌어진다”면서 “돈도 조직도 없는 내가 섣불리 나서는 게 의미가 있는 일인지 고민된다”고 말했다. 당협위원장 측근이 시의원을 노리는 구의원에게 “이번에 시의원은 ○○으로 정해졌으니 다음번을 준비하라”고 권유하거나 “이번에 괜히 나갔다가 다음 기회조차 잃고 싶냐”며 으름장을 놓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새누리당 공천관리위원회는 이날 기초단체장과 지방의원(광역·기초의원) 공천관리 세부지침을 확정했다. 경선을 원칙으로 하되 시·도당 공천관리위 결정에 따라 여론조사로 갈음할 수 있도록 했다. 새누리당은 오는 16∼23일 기본 자격심사를 거쳐 경선 후보자를 선정한 뒤 다음 달 20일까지 경선을 치러 25일 공천을 완료할 계획이다.

권지혜 기자 jh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