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처음으로 서울시 공무원 간첩 사건 증거 위조 의혹에 대해 유감을 표명했다. 국가정보원의 증거 조작 정황이 속속 드러나는 가운데 박 대통령이 직접 유감 표명과 함께 철저한 수사를 지시한 것은 자칫 이 문제가 국기문란 사태로 비화될 수 있다는 판단에 따른 행보로 해석된다.
박 대통령은 10일 청와대 수석비서관회의 모두발언을 통해 “현재 재판이 진행 중인 서울시 공무원의 국가보안법 위반 사건과 관련해 (국정원의) 증거자료 위조 논란이 벌어지고 있는 것에 대해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국정원을 향해 “(검찰) 수사 결과 문제가 드러나면 반드시 바로잡을 것”이라며 공개 경고하는 한편 증거 위조 의혹을 발생시킨 책임자들에 대한 문책 가능성도 시사했다. 이번 사건이 지난 정부가 아닌 새 정부 출범 이후 벌어진 일인 만큼 박 대통령이 남재준 국정원장 등 현 국정원 고위급 간부들에게 어떤 식으로든 책임을 물을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박 대통령은 민주당의 특검 요구에 대해선 거부 의사를 명확히 했다. 그는 “이 일과 관련해 실체적 진실을 정확히, 조속히 밝혀 더 이상 국민적 의혹이 없도록 해야 한다”며 “검찰은 한점 의혹도 남기지 않도록 철저하게 수사하고 국정원은 검찰에 적극 협조하라”고 지시했다.
대한의사협회의 집단휴진 사태와 관련해선 “비정상적인 집단이익 추구나 명분 없는 반대, 그리고 국민에게 피해를 주는 행위는 반드시 책임을 묻고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박 대통령은 “특정 집단이 기득권과 이해관계를 지키기 위해 변화에 저항하거나 사실관계까지 왜곡하며 여론을 호도하는 행동은 어떤 명분이나 정당성도 없는 것”이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이어 정부의 각종 규제 개혁 정책과 관련해 “쓸데없는 규제는 우리가 쳐부술 원수, 제거하지 않으면 몸이 죽는 암덩어리로 생각해야 한다”며 “겉핥기식이 아니라 확확 들어내는 데 모든 역량을 집중했으면 한다”고 지시했다. 또 “온 힘을 기울여야만 경제 혁신이 이뤄지지 웬만한 각오 갖고는 규제가 혁파되지 않는다”고도 했다.
신창호 기자 procol@kmib.co.kr
박대통령, 사건 첫 직접 언급 “유감, 바로잡겠다”… 국정원 공개 경고·문책 시사
입력 2014-03-11 02:3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