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우창 고려대 명예교수 “힘의 균형이 평화의 수단임을 인정해야”

입력 2014-03-11 01:32

한국의 대표적 지성들이 시대에 대한 문화적 성찰을 모색하며 1월부터 토요일마다 서울 안국빌딩 W스테이지에서 진행해 온 릴레이 강연 ‘문화의 안과 밖’ 1섹션을 마치고 10일 기자간담회를 열었다.

‘문화의 안과 밖’ 운영위원장인 김우창(77) 고려대 명예교수는 서울 중구 소공로 더 플라자에서 진행된 간담회에서 “박근혜정부 들어와서 공적 영역에 어떤 변화가 있었다고 보느냐”라는 질문에 “깊은 의미에서는 변화가 별로 없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힘의 관계를 초월하는 이상적인 차원이 있는데 바로 힘의 균형이 그것이다. 힘의 균형이 평화의 수단임을 인정해야 한다”면서 “예컨대 한국과 일본의 관계를 볼 때도 힘의 관계로 보는 경향이 있는데, 이는 우리 정신문화가 깨졌기 때문이지만 하루아침에 회복되는 것은 아니다”고 부연했다. 이런 맥락에서 “박근혜정부 들어 공적 영역이 얼마나 개선됐느냐는 쉽게 말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고 강조했다.

김 명예교수는 “문화의 안과 밖에 서로 영향을 미치는 건 상상력이라고 생각하는데 이 릴레이 강연엔 어떤 상상력이 작동되고 있는가”라는 질문에 대해선 “상상력이 풍부한 건물을 짓는다고 해서 중력을 무시할 수 없듯 상상력이 모든 걸 해결해 줄 수는 없으며 이때 상상력이라는 것도 진실에 입각해야 한다”고 답했다.

“시대마다 전환기라고 말하는데 왜 하필 지금 문화적 전환기의 성찰을 모색한다는 주제를 정했느냐”는 질문도 나왔다. 그는 “우리가 겪는 사회적 변화는 드물게 보는 변화로, 불교 유교 기독교가 들어왔을 때보다도 송두리째 우리가 사는 방법이 바뀌는 것”이라면서 “예를 들어 우리가 양복을 입고 의자에 앉아 있다는 것 자체가 그런 변화 가운데 하나인데 이게 더 발전적인 것으로 변화할 수 있느냐는 의문이고 문화의 안과 밖을 서로 소통시킬 수 있는 힘이 거의 소진된 상태라고 보았기에 그런 주제를 택했다”고 말했다.

간담회엔 유종호 전 연세대 석좌교수, 최장집 고려대 명예교수, 오세정 서울대 교수, 이승환 고려대 교수, 김상환 서울대 교수, 문광훈 충북대 교수 등 운영위원들도 참석해 질문에 답했다.

정철훈 문학전문기자 chj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