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의 영혼들’ 시카고평화영화제서 수상 “이 상을 제주 주민들에게 바칩니다”

입력 2014-03-11 01:32

美 독립영화 감독 트렘블레이 연출

제주의 아픈 현대사를 다룬 독립영화 ‘제주의 영혼들(The Ghost of Jeju)’이 미국에서 큰 반향을 일으켰다. 한국인이 아닌 미국의 독립영화 감독이 메가폰을 잡은 작품이다.

‘제주의 영혼들’은 9일(현지시간) 미국 시카고에서 열린 시카고세계평화영화제(POEFF)에서 주목받지 못한 사실, 기존 미디어에서 찾아볼 수 없던 내용을 전달한 작품에 수여되는 엑스포제상(Expose Award)을 받았다. ‘제주의 영혼들’은 전날 열린 첫 공식 상영회에서 “제주의 역사와 현실, 힘없는 사람들이 거대한 힘에 의해 함부로 다뤄지는 모습을 담아낸 작품”이라는 반응을 이끌어냈다.

레지스 트렘블레이(69) 감독이 연출한 ‘제주의 영혼들’은 제주 4·3사건부터 강정마을 해군기지 사태에 이르기까지 제주의 현대사를 반추한 작품이다. 영화는 이들 사건을 ‘미국의 제국주의적 성향과 공권력에 맞서 자결권을 외치는 사람들’이란 하나의 주제 아래 풀어냈다. 브루스 커밍스 시카고대 교수, 올리버 스톤 영화감독 등이 나와 제주의 역사를 설명하는 얼개를 띠고 있다.

트렘블레이 감독은 “이 상을 제주민들에게 바친다”며 “제주 강정마을 사람들이 알면 얼마나 좋아할까 하는 생각이 먼저 든다”고 수상 소감을 밝혔다. 그는 “미국 정부가 수십년 전 자행한 일, 지금까지 전 세계를 상대로 벌이고 있는 일들을 알지 못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사실을 말해주고 싶었다”며 “사람들이 전쟁을 멈추기 위해 무언가 하려는 의지를 갖는 변화를 보고 싶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박지훈 기자 lucidfal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