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개인정보 유출 재발방지 종합대책] 고객정보 기입항목 6∼10개로
입력 2014-03-11 01:37
정부가 10일 발표한 개인정보 유출 재발방지 종합대책에서 눈에 띄는 부분은 고객이 자신의 정보에 대해 ‘관여’할 여지를 넓혔다는 것이다. 고객이 금융사에 정보를 제공할 때 최소한의 항목 외의 정보는 본인이 제공 여부를 선택하고, 이미 제공한 정보의 이용 현황 등에 대한 확인·변경도 가능케 했다.
하지만 금융사의 고객 정보 활용을 제한하는 방안이나 징벌 강화 등 주요 내용들은 모두 법 개정 사안으로 국회 통과라는 난관을 앞에 두고 있다. 주민등록번호 관리 문제 등에 대한 근본적 대책 없이 기존의 정책을 재탕했다는 비판도 나온다.
◇고객의 자기정보 결정권 강화=이번 대책에 따르면 금융회사 상품에 가입할 때 써내야 했던 개인정보 항목은 기존 30∼50개에서 6∼10개로 대폭 줄어든다. 금융사는 이름, 식별정보(주민번호 등), 주소, 연락처, 직업군, 국정 등 6개 필수항목 외에 업권, 상품별로 최대 4개까지 추가 항목을 수집할 수 있다. 부가서비스(카드사 할인혜택 등) 이용 시 제3자에게 정보 제공하는 것도 과거처럼 포괄적으로 동의하도록 하지 않고, 분야별로 세분화해 필수 항목만 선택할 수 있게 된다.
이미 제공한 본인의 정보에 대한 조회권도 주어진다. 금융사들이 상반기 중 ‘본인정보 이용·제공현황 조회시스템’을 구축하면 4분기 중에 이곳을 통해 본인의 정보가 어디에 어떻게 이용되는지 확인하고 원치 않는 경우 정보 제공 중단을 요청할 수 있게 된다. 하반기부터는 고객이 원할 경우 금융협회 등에 만들어질 시스템을 통해 금융회사로부터 영업 목적으로 걸려오는 전화나 이메일 등의 연락을 전면 차단(Do not call서비스)할 수 있다. 거래를 끝낸 경우 본인의 정보를 파기하거나 별도 보안조치를 요청할 수 있는 ‘정보보호요청권’도 도입된다. 이 경우 금융사는 법률상 필요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즉시 파기해야 한다.
주민번호는 처음 거래 시에만 직접 입력하는 방식으로 제공하게 된다. 주민등록증 사본도 종이 형태가 아닌 파일 형태로 암호화해 보관토록 했다. 금융사가 제공한 종이에 여러 차례 주민번호를 써내고 주민등록증 사본을 쉽게 복사해 보관하는 관행을 없애자는 차원이다.
◇불법정보 활용 금융사 엄단 의지 피력=불법적으로 수집된 정보를 활용한 금융사에 대해서는 관련 매출의 3%까지 징벌적 과징금을 물도록 했다. 과징금액에 상한선도 없다. 금융사의 보안대책이 미미한 점 등이 적발된 경우 과태료도 기존 600만원에서 5000만원, 영업정지는 3개월에서 6개월로 늘어난다. 무차별적인 문자 메시지로 영업을 하는 행위는 전면 금지되며 전화나 이메일을 통한 영업도 제한된 범위에서만 허용된다.
최근 발생한 KT 해킹 등의 사례에 따른 위기감도 대책에 반영됐다. 금융사의 전산보안 수준을 평가·공개하는 금융 전산 보안인증제도를 도입하고 금융사 내부망에 있는 정보도 암호화하는 방안을 추진키로 했다.
◇‘4월 국회’ 높은 문턱 넘을까…“주민번호 대책 등 진전 없다” 지적도=그러나 금융사에 대한 징벌을 강화하고, 금융사가 보유하고 있는 개인정보 보유 기간 등을 제한하는 방안 등은 언제 시행될지조차 미지수다. 국회에서 법 개정안이 통과돼야 하기 때문이다. 지난 2월 임시국회에서도 당연히 처리될 줄 알았다가 금융소비자원 설치 문제 등에 부딪혀 무산된 바 있다. 지방선거를 앞두고 있는 4월 임시국회는 여·야 정치 상황에 휘둘릴 우려가 더 높다.
주민번호 관리 문제나 개인정보 보유·활용 권한이 지나치게 높은 신용정보회사 등에 대한 규제 방안 등은 진전이 없다는 지적도 높다.
김승주 고려대 정보보호대학원 교수는 “정보 보관 기간을 5년으로 제한하거나 주민등록번호를 내·외부망에 암호화하는 등의 예방책은 대부분 과거에 거론된 내용”이라고 지적했다. ‘Do Not Call(DNC)’ 서비스 전면 도입 등에 대해서는 이미 텔레마케팅(TM) 위축을 경험한 금융사들의 우려도 높다.
신용카드 업계 관계자는 “DNC는 이미 시행하고 있는 제도지만, 이번 대책 발표로 적극 활용하는 고객이 늘 수 있을 것”이라면서 “안 그래도 힘든 TM 영업에서 압박을 많이 느낄 것 같다”고 말했다.
조민영 기자 mym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