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고교농구 지역 결승 종료 1분 前 자폐 선수를 위한 드라마가 시작됐다… 배려는 이런 것!
입력 2014-03-11 02:31
지난 주말 미국 캘리포니아주에서 열린 트리니티 클래시컬 아카데미와 데저트 채플고등학교의 남자 농구 지역 결승전. 경기 종료 약 1분을 남기고 트리니티 아카데미가 23점이나 앞선 상황이었다. 트리니티는 자폐증을 앓는 농구부원 베우 하월을 교체 선수로 내보냈다. 하월은 경기에 나서기엔 키가 작고 기량도 한참 부족해 보였다.
이때부터 동료 선수들은 하월만을 위한 나머지 경기를 이어갔다. 한 동료는 공격을 하다 자유투 라인에 있는 하월에게 슛을 하라고 패스했다. 공이 림을 맞고 튀어나오자 리바운드를 잡은 동료가 다시 패스해줬으나 하월은 골을 넣지 못했다. 이어 종료 40초를 남기고 상대팀의 공격이 이어지려 할 때 휘슬이 울렸다. 경기에 지고 있는 데저트 채플 쪽에서 작전타임을 불렀다. 하월에게 잊지 못할 무대를 마련해 주자는 작전을 짜는 듯했다.
머리를 맞대고 한참 얘기를 나눈 뒤 경기가 재개됐고, 이번에는 더욱 놀라운 장면이 연출됐다. 공격권을 쥔 데저트 채플 선수는 상대팀에 ‘잠깐 멈추라’는 제스처를 보인 뒤 멀찍이 떨어져 있던 하월을 불렀다. 이어 하월에게 공을 건넨 뒤 좀 더 가까이 가서 슛을 쏘라고 했다. 하월이 두 차례 슛을 실패하자 상대 선수는 하월을 림 바로 아래까지 안내했고, 하월은 세 번 만에 슛을 성공했다. 골이 림을 가르자 하월은 마치 미국프로농구(NBA)에서 결승골이라도 넣은 것처럼 두 팔을 번쩍 치켜들며 환호했다. 이어 동료를 끌어안고 한참 동안 기쁨을 만끽했고, 모든 선수들이 그를 에워싸고 축하해줬다.
관중석의 학생들은 물론 트리니티 아카데미와 데저트 채플 선수들도 모두 박수를 보내며 멋진 드라마에 흠뻑 빠져들었다. 타임아웃을 불러 상대 학교 선수에게 잊지 못할 성취감을 안겨준 데저트 채플 코칭스태프도 벤치에서 일어나 박수를 보냈다.
트리니티 아카데미 학교 인터넷 홈페이지에서는 “경기의 하이라이트는 데저트 채플이 하월의 득점을 도와준 장면이었다”며 결승전 대패에도 마지막 순간 상대팀을 배려해준 데저트 채플에 고마움을 전했다.
장지영 기자 jy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