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전에 신음하는 남수단을 가다-(上)] 40도 무더위·모래바람… 물도 식량도 부족해
입력 2014-03-11 01:31
초록우산어린이재단 긴급구호팀 니믈레 난민캠프 동행 르포
숨쉬기조차 버거운 섭씨 40도의 더위도, 살갗을 뚫을 듯이 내리쬐는 햇볕도, 수시로 불어 닥치는 모래 바람도 그들은 오직 맨 몸으로 막아내고 있었다.
지난 2일(현지시간) 초록우산어린이재단(회장 이제훈) 긴급구호팀과 찾은 남수단공화국 니믈레 인근 골짜기인 멜리조 난민캠프에는 3만여명의 난민이 모여 있었다. 이들은 지난해 12월 15일 남수단의 수도 주바시와 종글레이주(州)를 중심으로 발생한 정부군과 반군 간 살육전을 피해 이곳으로 왔다. 니믈레는 남수단과 우간다의 접경지역으로 주바시에서 남쪽으로 200㎞ 떨어져 있다.
지난 1월 23일 정부군과 반군 간 휴정협정이 체결됐지만 전쟁은 끝나지 않았다. 멜리조 난민캠프에서 만난 종글레이주 보르시의 니할 시장은 “휴전협정 이틀 후 시내 한 교회에서 반군에 학살당한 시체 수백구가 발견됐다”며 “벽에는 ‘나는 수백 명을 죽였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는 경고문구가 새겨져 있었다”고 증언했다.
내전의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들에게 돌아갔다. 10일 유엔난민기구(UNHCR)에 따르면 이번 내전으로 남수단에는 90만여명의 난민이 발생했다.
멜리조 난민캠프에는 열악한 상황에 놓인 어린이와 여성이 대부분이었다. 피난 중 부모를 잃어버린 13살 아코이는 마을사람들과 보트를 타고 나일 강을 따라 이곳까지 왔다. 하지만 머물 곳이 없어 나무 밑에서 지내고 있었다. 피난길에 남편을 잃어버린 채 딸을 출산한 니리악씨는 태어난 아기가 말라리아에 걸렸지만 약은 커녕 물도 제대로 줄 수 없었다. 난민대표 아브라함씨는 “무엇보다 주거할 공간과 모기장, 식량과 식수의 지원이 시급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긴급구호팀은 이날 난민캠프에 모기장 400개와 천막 300개를 지원하고, 600여명의 어린이에게 비스킷을 전달했다. 지난 1월 8일부터 29일까지의 1차 구호활동 때는 니믈레 지역 난민을 대상으로 식량과 천막, 모기장과 티셔츠 등을 전달하고, 물이 부족한 지역 4곳에 식수펌프를 설치했다.
긴급구호팀은 또 내전으로 공부를 하지못하는 어린이들을 위한 학습관련 구호품을 제공했다. 3일 방문한 니믈레 그린밸리학교는 난민이 유입되면서 270여명의 학생이 추가로 들어와 공간이 매우 좁았다. 10여개의 나무기둥위에 얹혀진 양철지붕이 전부인 건물 4개 동에서 650여명의 학생들이 공부를 하고 있었다. 긴급구호팀은 임시학교로 사용할 수 있도록 천막 세 동을 설치하고, 학용품이 담긴 책가방 1000여개를 지급했다. 학생들은 노트와 볼펜, 연필과 지우개 등이 들어 있는 필통을 꺼내들고 환호성을 질렀다.
남수단 정부 관계자들은 아이들에 대한 교육에서 희망을 찾았다. 4일 주바에서 만난 종글레이주 의회 아롭 사무총장은 “오랜 내전을 겪으면서 성인들은 전쟁터에서 희생됐고, 나라는 꿈을 잃었다”며 “하지만 어린이들에게 국가와 국민의 권리와 의무, 시민의식을 정확히 가르친다면 이들이 남수단의 희망으로 성장할 것”이라고 말했다(1588-1940·childfund.or.kr).
니믈레(남수단)=이사야 기자 Isaia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