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나미 할퀸 대지 위엔 어느새 복음 새싹이… 3·11 동일본 대지진 3주기
입력 2014-03-10 20:57 수정 2014-03-11 02:32
구호 현장 선교사들 전화·이메일 취재
3·11 동일본 대지진 발생 3주기를 맞았다. 사망자 1만8000명, 피난민 27만명을 낸 대참사 현장은 아직도 상처가 아물지 않았다. 대표적 피해지역 중 한곳인 미야기현을 중심으로 꾸준히 구호 및 선교활동을 펼치고 있는 한인 선교사들로부터 전화 및 이메일을 통해 현지 선교 소식을 들어봤다.
일본 미야기현 미나미산리쿠 지역에 사는 40대 중반의 칸노(여)씨. 동일본 대지진으로 집을 잃은 그는 유일한 가족인 지체 장애 아들과 함께 가설주택으로 몸만 옮겼다. 대지진 이후 봉사 활동에 나서고 있는 센다이사랑의교회(안중식 선교사) 선교팀은 이 가정을 수시로 방문해 구호물품과 함께 성경, 전도지, 기독서적 등을 나눠줬다. 어느 날 칸노씨는 선교팀이 방문했을 때 확실한 어조로 고백했다. “나는 예수님을 믿습니다.”
동일본 대지진 피해 현장에 복음의 열매가 하나 둘씩 맺고 있다. 피해 복구는 더디고 정신적 충격이 채 가시지 않는 등 상처는 여전하다. 위안부와 독도 문제로 한·일 양국 간 정치적 갈등도 첨예하다. 하지만 쓰나미가 휩쓸고 지나간 자리에서는 나눔과 섬김 속에 전도의 문이 조금씩 열리고 있다.
◇“더딘 주택 복구, 질병으로 힘겨운 나날”=10일 현지 선교사들에 따르면 재난 지역의 적지 않은 주민들이 정신·정서적 문제로 힘들어하고 있다. 14년째 현지에서 사역 중인 안중식(GMS파송) 선교사는 “우울증을 비롯해 불안·수면·인지기능 장애를 비롯해 스트레스에 따른 면역력 약화로 각종 질병에 시달리는 환자가 참사 이후 부쩍 늘었다”고 말했다.
가설주택 거주자간의 빈부격차도 새로운 갈등으로 꼽힌다. 집을 잃은 피해주민들 가운데 약 15만명이 가설주택에서 생활하는데, 3년쯤 지나자 새 거주지를 마련해 퇴소하는 이들과 잔류 주민들 사이에 묘한 이질감이 존재한다는 것. 이근배(센다이영광교회·GMS 파송) 선교사는 “새 집을 지었다는 건 그만한 경제력을 지니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면서 “가설주택에 남아 있는 이들의 소외감과 상실감을 보듬는 데 사역의 초점을 두고 있다”고 말했다.
시일이 지나면서 자살자 수가 늘어나고 피해지역 현장을 찾는 자원봉사자 수가 감소하고 있는 점도 피해 주민들의 마음을 힘들게 하고 있다고 현지 선교사들은 전했다.
◇‘한·일교회 연합구호’에서 ‘교회개척’까지=지난 1월 미야기현과 후쿠시마현을 비롯해 5개 지역 교회 연합으로 ‘동일본선교네트워크’가 꾸려졌다. 효과적인 사역을 위해 정보를 공유하고 연합 사역을 펼치기 위한 조직이다. 2011년 8월 설립된 미야기선교네트워크도 피해지역을 5개 권역으로 나눠 활동 중이며, 동북헬프, 미야기호프 등도 주요 연합단체로서 활동하고 있다.
이들 단체의 주요 사역은 가설주택 방문 돌봄이다. 센다이사랑의교회 등은 가가호호 방문해 구호품과 기독교서적, 성경, 전도지 등을 전달하면서 구호 및 복음전파 사역을 병행한다. 가설주택 단지에 ‘집회실’이라고 불리는 공동 공간을 개조해 카페로 만들어 주거나 요리교실 등 각종 이벤트를 열어 지역주민과의 유대 관계를 맺어나가고 있다.
이들 선교단체 활동은 복음전파 및 교회개척으로 자연스럽게 이어지고 있다.
일본에서 20년이상 사역한 조영상(니시카사이교회·CCC 파송) 선교사는 일본교회와 협력, 재난지역 주민지원센터인 ‘오차코하우스 오아시스’를 운영하면서 새신자를 섬기고 있다. 크리스천 봉사단체연합회인 ‘이시노마키 미니스트리네트워크’와 함께 지역부흥운동도 전개하고 있다.
구리하라성서침례교회(키시나미 목사)의 경우, 이시노마키 등 2개 지역에서 27개 성경공부반을 개척·운영 중이다. 쓰나미로 교회가 무너진 케센누마제일성서침례교회(미네기시 목사)와 시사이드바이블처치(나이토 목사) 등은 한국교회 도움으로 현재 신축 중이다.
참사 3주기를 맞아 일본복음동맹과 동북헬프가 주관하는 일·한교회협력회의는 10일부터 오는 14일까지 도쿄 및 센다이에서 ‘한·일교회 협력회의’를 연다. 한국 측에서는 한국복음주의협의회 회원 30여명이 참여한다. 11일에는 센다이권선교협력회 주관으로 센다이아오바소교회에서 기념추도예배도 드려진다.
박재찬 기자 jeep@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