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아 이슬람 과격단체 “기독교인 보호해 줄테니 돈 내라”

입력 2014-03-11 02:32

이슬람 과격 세력이 시리아 북부지역 라카의 기독교인에 대해 ‘보호세’을 내도록 하는 등 탄압하고 있다고 이스라엘 온라인매체 하레츠(Haaretz)가 최근 보도했다.

이슬람 과격 테러리스트 집단인 알카에다에서 파생된 무장단체 ‘이라크-레반트 이슬람국가(ISIL)’는 지난달 말 라카의 기독교 지도자들과 만나 기독교인의 안전을 보장해주는 대가로 ISIL에 세금을 내는 것을 골자로 하는 보호협정 ‘딤마(dhimma)’에 합의했다. 하레츠는 “라카 기독교 지도자들이 두려움에 떨며 이슬람 세력인 ISIL이 내민 딤마에 서명했다”고 전했다. 딤마는 이슬람법에 명시된 용어로 비(非)이슬람교인을 뜻한다.

보호협정에 따르면 라카의 기독교인은 ISIL에 1년에 두 차례 금화 4개를 내야한다. 미국 기독교매체 크리스천포스트는 금화 4개의 가치가 대략 미화 500달러(약 53만원)에 해당한다며 중·하층민의 경우 어느 정도 감액되지만 여전히 부담이 되는 액수라고 전했다.

보호협정에는 붕괴된 교회 건물을 재건할 수 없고 가정예배도 드릴 수 없는 등 기독교인의 종교 활동을 제약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또 ISIL의 첩자에게 쉼터를 마련해 주어야 하고, 이슬람 세력에 대한 모략을 인지했을 경우 즉시 ISIL에 보고해야한다고 명시했다.

라카의 기독교인이 딤마를 어기면 생명과 재산을 보호받을 수 없다. 이 때문에 딤마는 사실상 이슬람으로 개종하라는 압박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과거 이슬람국가에서 비이슬람교인에게 매겼던 인두세 ‘지즈야(Jizyah)’의 부활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시리아의 기독교 인구는 10% 미만이다. 지난해 5월 ISIL에 의해 점령당한 라카에는 기독교인이 줄어들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신은정 기자 se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