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프로축구를 빛낼 사람들] (3·끝) 눈길 끄는 신임 사령탑
입력 2014-03-11 01:33
두 ‘올드보이’의 귀환… ‘색깔 축구’로 판 뒤집는다
2014 프로축구 K리그 클래식의 12팀 가운데 새로 지휘봉을 잡은 감독은 3명이다. 성남FC 박종환(76) 감독, 경남FC 이차만(64) 감독, 울산 현대 조민국(51) 감독이 그들이다. 각각 8년, 15년 만에 프로 무대로 복귀한 박 감독과 이 감독, 그리고 처음 프로 무대에 오른 조 감독은 지난 주말 극적인 승부로 팬들에게 강한 인상을 심어줬다.
박 감독의 성남과 이 감독의 경남은 지난 9일 창원축구센터에서 시즌 첫 맞대결을 벌였다. 두 ‘올드보이’의 복귀전에 팬들의 이목이 쏠렸다. 경기장엔 1만 943명의 관중이 몰렸다. 각 팀의 구단주인 홍준표 경남도지사와 이재명 성남시장도 경기장을 찾았다.
경기 결과는 드라마틱했다. 일진일퇴의 공방을 벌이던 양 팀의 승부는 후반 43분에야 갈렸다. 경남 외국인 수비수 루크는 왼쪽에서 날아온 코너킥을 향해 몸을 던졌고, 공은 루크의 왼쪽 가슴에 맞고 성남 골문 안으로 들어갔다. 이 골로 이 감독은 프로 복귀전을 1대 0 승리로 장식했다.
박 감독을 ‘박 선생님’이라고 부르는 이 감독은 “선수들이 열심히 잘 해줘서 너무나 고맙다”며 “내가 감독으로 복귀하고 일주일 후에 박 감독이 오셔서 한 시름 놓았다. 그런데 첫 경기까지 우리가 이겨서 (박 감독에게) 고맙다”고 소감을 전했다.
박 감독은 경기 후 “첫 경기라 그런지 선수들이 주눅이 들어 평소 했던 걸 60∼70% 정도밖에 못 보여줬다”며 “베스트 11을 짜고 본격적으로 훈련한 게 1주일 정도인 점을 고려하면 후회스럽지 않고, 자신감도 얻었다”고 복귀전 소감을 밝혔다.
승부는 극적이었지만 경기 내용은 다소 실망스러웠다. 양 팀 선수들은 긴장한 듯 실수를 쏟아냈고, 위협적인 장면도 별로 나오지 않았다. 하지만 두 백전노장의 맞대결은 팬들의 관심과 향수를 불러일으켰다. 박 감독의 ‘파도축구’와 이 감독의 ‘태풍축구’가 앞으로 어떤 색깔을 드러낼 지 주목된다.
이 경기를 관중석에서 지켜봤던 본 울산의 조 감독은 성공적인 프로 데뷔전을 치렀다. 실업축구에서만 활약해 온 조 감독은 전날 ‘디펜딩 챔피언’ 포항 스틸러스와의 시즌 공식 개막전에서 김신욱의 결승골에 힘입어 1대 0 승리를 거뒀다.
울산은 지난 시즌 최종전에서 추가시간 포항 김원일에게 결승골을 내주며 0대 1로 패해 우승컵을 놓친 뼈아픈 기억이 있다. 조 감독은 그리스와의 A매치 평가전을 치르고 돌아온 김신욱, 김승규, 이용을 모두 선발로 내보내는 승부수를 던져 설욕에 성공했다. 조 감독은 지난달 26일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웨스턴 시드니 원더러스와의 조별리그 첫 경기에서 3대 1로 역전승을 거둔 데 이어 정규리그 첫 경기에서도 승리를 챙김으로써 이번 시즌 돌풍을 예고했다.
김태현 기자 tae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