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첫 우승] 코트위의 신사 “이젠 우승청부사입니다”

입력 2014-03-11 01:33

‘코트위의 신사’ 김진(53) 감독이 ‘우승청부사’라는 애칭까지 얻게 됐다.

창원 LG 세이커스 김진 감독은 9일 창원실내체육관에서 열린 부산 KT와의 2013∼2014 프로농구 정규리그 최종전에서 우승을 확정짓고 LG에 창단 이래 첫 우승 트로피를 안겼다. LG는 팀 창단 이래 17년간 정규리그 준우승만 4차례에 머물렀던 ‘우승 갈증’을 깔끔히 해소했다.

이번 우승으로 김 감독은 전창진, 유재학(이상 4회), 신선우(3회) 감독에 이어 정규리그 1위를 3차례 이상 차지한 4번째 ‘명장’ 반열에 올랐다. 김 감독은 2001∼2002시즌 오리온스 감독 대행으로 첫 우승의 기쁨을 맛본 데 이어 그해 통합 챔피언에 올려놨다. 2002년 아시안게임 우승도 일궈냈다. 2002∼2003시즌에는 감독으로 두 번째 우승컵을 차지했다.

오리온스를 6시즌 동안 6강 플레이오프에 진출시킨 김진 감독은 2007년 4월 이적을 결심했다. ‘물이 고여 있으면 썩는다’는 매너리즘을 염두에 둔 결단이었다. 하지만 SK에서의 성적은 썩 좋지 않았다. 첫 해 SK를 6년 만에 플레이오프에 올려놨지만, 이듬해 24승30패로 8위에 그쳤다. 팬들의 비난이 쏟아졌다. 2009∼2010시즌에는 최악의 성적표와 함께 시즌 도중 물러나야했다.

오리온스에서 쌓았던 지도자로서의 명성이 물거품이 됐다. 몸 둘 바를 몰랐던 김 감독은 마침내 미뤄 뒀던 미국행을 결행했다. 1년 4개월간 미국프로농구(NBA) 현장에서 명장 필 잭슨 감독을 만나 조언을 듣는 등 그 동안 우물 안 개구리였던 자신을 되돌아봤다. 짧은 휴식이 약이 된 것일까. 우승을 한 번도 해보지 못한 LG 구단이 2011년 4월 김진 감독에게 긴급구호를 요청했다. ‘제발 한 번만이라도 우승을 하게 해달라’는 간절한 제의였다.

김진 감독에게도 명예회복의 기회였다. 그러나 2011∼2012시즌과 지난 시즌 연속 플레이오프 진출에 실패했다. 사실 이번 정규리그는 김진 감독에게 벼랑 끝 승부였다. 올해가 3년 계약 마지막 시즌이기 때문이다. 패기의 ‘송골매들’은 배수진을 친 스승의 명예회복과 구단의 염원을 저버리지 않고 우승 트로피를 안겼다.

이제 김 감독은 내친 김에 통합우승을 이루겠다는 각오다. LG는 창단 이래 단 한 차례 챔피언 결정전에 진출했다. 정규리그 2위를 차지한 2000∼2001시즌 플레이오프에서 서울 SK를 꺾고 챔프전에 나섰지만 서울 삼성에 1승4패로 무너졌다.

김 감독은 부드러운 카리스마를 지닌 사령탑이다. 현역시절 화를 안내고 어필도 안하기로 유명한 선수였고, 지금도 어린 선수들에게 좀처럼 화를 내지 않는 현역 최고령 감독이다. 김 감독은 “명예회복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줘서 고맙다”면서 “앞으로 초심을 잃지 않고, 어린 선수들과 함께 항상 새롭게 시작한다는 마음으로 게임에 임하겠다”고 말했다.

윤중식 기자 yunjs@kmib.co.kr